[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 결정 과정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석유 유통 사업자 단체인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주유소를 포함한 고속도로 휴게소의 위탁 운영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도로공사가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을 전국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압력을 받은 고속도로주유소들이 전국 최저가로 기름값을 내리면서 일반 주유소들도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 있고 판매량이 줄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 사업자단체는 지난 달 경북 김천의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도로공사의 고속도로주유소 갑질 횡포 경영간섭 중단 촉구 항의 집회’를 열어 공론화에 나선 상태다.

또한 불공정 행위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생산 품목이나 시설 규모, 생산량, 거래내용 등을 제한해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규정하고 금지시키고 있다.

주유소협회 등이 주장하는 것 처럼 도로공사가 위탁운영계약 연장 권한 등을 활용해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 결정에 개입했다면 부당한 경영 간섭 행위에 해당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얼마나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 것인가가 벌써부터 우려된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2014년,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과 관련해 공정위에 불공정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제소했다.

정부로부터 알뜰주유소 운영을 위탁받은 공기업 석유공사가 각종 자금과 세제 지원 등을 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문제 제기한 것인데 당시 공정위는 ‘심사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제소 내용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심사 불개시 결정을 통보하는 회신에서 ‘알뜰주유소 지원 등은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영업정책이 아니라 소관 정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련 정부 부처와 업무 협의를 거쳐 시행되는 만큼 공정거래법 적용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듣기에 따라서 ‘정부가 결정하고 집행하는 모든 것이 선(善)이고 정당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만큼 억지스러워 보이는 판단이다.

현재 중앙 정부 산하 공기업들의 진출 영역을 제한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의 사업 영역은 ‘지방공기업법’에 근거해 제약을 받고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을 설립 또는 경영할 때 민간경제를 위축시키거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진출 가능한 사업도 수도나 지방도로, 하수도, 주택 및 토지개발사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 정부인 산업부는 포화상태로 매년 수백곳씩 문을 닫고 있는 주유소업종에 진출해 중앙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통해 지원하고 위탁 관리시키면서 민간 경제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중앙 정부간 협의를 거쳐 시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칼럼에서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에서 민간 주유소의 가격이 안 내려간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고 ‘알뜰주유소에 시설비, 외상거래,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불공정한 경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병배 전 부위원장의 판단이 무조건 옳다고 우길 생각은 없다.

다만 공정 거래 분야 전문가로 공정위 고위간부를 지낸 인사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문제에 대해 심사 조차 외면한 공정위의 당시 결정이 옳았던 것인가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부당한 기름값 인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비슷한 이유로 또 다시 외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반드시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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