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사장 선임이 또다시 불발됐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26일 5명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친 결과 적당한 인물이 없어 재공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모작업만 벌써 두차례다.

그간에 가스공사 사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인사들은 30여명에 가깝다.

가스공사의 규모는 물론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높은 영향력이나 인지도만큼 공모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면면 역시 화려했다.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의 지명도 높은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에너지전문 공기업 사장, 정부 고위 관료출신 인사, 민간 대기업의 전문경영인 등 소위 거물급으로 불릴만한 경제계·관료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던 셈이다.

이들 인사들은 특히 그간의 경력에서 볼 수 있듯 경영성과나 위기대응능력, 에너지전문가로서의 식견 등 어느 것 하나 빠질게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공모에 참여했던 인사중 어느 누가 가스공사 사장이 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등의 과정에서 상대적인 우열이 가려졌고 최종 낙점된 후보자들은 또다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거치게 됐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적지 않지만 전임 가스공사 사장이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불명예퇴진을 한 것을 감안하면 후임 사장은 보다 까다롭고 신중하게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다.

어떤 인사들은 에너지 민간기업의 전문경영인 출신이라서 안되고 또다른 인사는 전문성이 결여되서 안된다고 한다.

어떤 인사는 가스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한 산자부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심지어 가스공사에서 고위 임원까지 지내며 충분한 경력을 확인받은 인사들도 줄줄이 탈락하고 있다.

안되는 이유야 많겠지만 그렇다면 가스공사 사장이 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나 자격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인사들은 청와대나 산자부의 추천으로 가스공사 사장후보에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나 정부 스스로가 후보의 전문성이나 경영능력 등을 이미 판단하고 추천한 셈이지만 마지막 결정과정에서 명쾌한 이유없이 거부되고 있다.

후보물망에 올랐던 수많은 인사들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무언가가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모에 참여했던 인사들중 상당수는 타 기업의 현직 최고 경영자들인데 가스공사 최고 경영자로 자리를 옮기려다 물을 먹게 됐으니 향후 거취도 문제다.

자의든 타의든 가스공사 사장 자리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의 결과는 당사자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최소한 무엇이 부족하고 문제가 되서 탈락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주주인 정부가 생각하는 가스공사 사장의 자격을 가늠할 수 있고 연이은 공모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가스공사 사장을 공모하는 과정마다 모(某) 인사가 이미 내정이 되어 있고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이른바 ‘설(說)’들이 난무해 왔다.

오강현 전임 사장이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해임되는 과정 역시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가스공사 사장 자리에 대해 세간의 눈과 귀가 특히 집중되고 있는데는 그래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설득력이 부족한 전임 사장의 해임 결정에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수십여명의 사장 후보자들을 퇴짜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 즉 정부가 시키는데로 따를 만한 인사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세간의 입방아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독점적으로 수입하며 국가 에너지수급을 책임져야 공기업이지만 기업이 공개돼 수많은 민간인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이른바 시장에 충실해야 하는 회사다.

언제까지 정부 맘대로 사장 자리를 비워 놓고 있어야 하는지 시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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