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동해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이끌었고 세계 자원 개발 시장에서 나름의 지명도도 갖추고 있는 한국석유공사가 정부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외치고 있다.

석유공사가 태어나고 성장해온 가장 큰 이유인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수 있게 해달라고도 주문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열린 창립 38주년 기념식에서 석유공사 김정래 사장은 ‘정부 출자가 석유공사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수익은 작더라도 리스크가 낮으며 국내 반입이 가능하고 시너지가 높은 사업’이라는 것을 전제로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참여도 희망했다.

자원 빈국 입장인 대한민국을 대표해 해외 유전 개발에 나서게 해달라고, 더 잘하기 위해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주문하는 것은 공기업의 당연한 요구일 텐데 사연을 알고 보면 석유공사는 ‘참으로 양심없는 나쁜 요구’를 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53억 달러(한화 환산 17조6390억원 규모), 부채비율은 529%에 달하고 있다.

이자비용만 한 해 4000억원 이상을 부담중이다.

2015년에 4조5000억원, 지난해는 1조1187억 규모의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단기 성과에만 집착해 성급하고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한 결과다.

오죽하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민간기업 중심으로 진행하고 공기업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금도 지난해 223억원만 배정하면서 자구 정상화 노력을 주문중이다.

그런데도 정부에게 더 많은 돈을 지원해달라고 손을 벌리는 ‘그 양심없는 나쁜 요구’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석유공사는 최근 발표한 경영 성과 관련 보도자료에 녹여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년만에 흑자로 전환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최근 발표한 석유공사는 ‘지난 수년간 해외 석유자원 확보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안게 됐다’고 표현했다.

석유공사 자체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결과 천문학적 빚을 지게 됐다는 의미로 현재의 경영 부실은 정부 책임이라는 완곡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캐나다 하베스트, 카자흐스탄 숨베 인수 등의 과정에서 부실 자산을 떠안거나 평가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고 그로 인한 국부 유출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라크 등 다양한 지역의 유전 개발 투자 사업이 실패하면서 혈세가 낭비됐고 대통령 측근 비리가 드러나면서 국정조사 특위까지 구성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사실이니 석유공사는 정부 정책을 따랐고 그 결과가 이렇다고 억울해 할 수 있다.

그런데 석유공사 역시 투자에 앞서 이사회 의결 같은 타당성 검증 절차가 부실했고 정권의 강압적인 지시라도 부당하다면 거부할 수 있는 경영자와 조직원들의 양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 사이 세월은 흘러 새로운 경영자가 선임됐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의 결과로 흑자로 전환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SOS를 요청하는 것을 단순한 욕심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김정래 사장은 창립 38주년 기념사에서 ‘정부가 자금을 출자해주면 석유공사가 이렇게 좋아지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경영정상화 로드맵을 만들어 보여주자’며 정부 지원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일종의 시그널을 전달하고 있다.

‘지나간 일’에 ‘만약 이랬다면’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정부는 대한민국 자원개발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석유공사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만 충실하게 고민하면 된다.

다만 과거의 실패한 경험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분명한 원칙을 정립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경제에서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말이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한 결과 대한민국 자원개발 능력이 얼마나 퇴보하게 됐는지 또한 천문학적 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참담한 결과가 되고 있는지는 반드시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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