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화·지능화되는 유통에 단속기관 흰머리

▲ 품질검사차량에 장착하려던 이동추적장치
◎ 단속차량에 위치추적기 달려던 간 큰 업자
◎ 불법체류 외국인 동원 유사석유 제조
◎ 운전면허학원 세녹스 열성 고객
◎ 비밀탱크 만들고 버튼 하나로 가짜 판매

고유가 부담이 이래 저래 큰일을 내고 있다.

고유가로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기름값에 걱정이 태산인 운전자들은 유사석유에 기웃거리고 있다.

차(車)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유사석유에 대한 유혹은 더 크다.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대형버스회사나 자동차 운전학원 등 대형 기름 자가소비처에서는 연료비를 아끼겠다며 유사석유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유가는 석유판매사업자들에게도 부담이 크다.

과열경쟁속에서 오르는 기름값을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석유판매사업자들은 유사석유 판매로 한탕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단속의 손길을 피한다며 석유품질검사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장착하려다 적발된 사건도 발생했다.

고유가로 물 만난 유사석유 제조업자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불법체류 외국인까지 고용하고 있다.

갈수록 전문화·조직화되어 가는 유사석유 제조나 유통 현장들을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경찰 수사 관계자들의 직접 증언을 통해 소개한다.

사례 1) 위치추적하려던 주유소업자 적발

석유품질단속차량의 동선(動線)을 확보하라!

최근 석유품질검사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단속 경로를 파악하려다 미수에 그친 영화같은 일이 벌어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24일 새벽 2시10분경 단속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려던 주유소 운영자 등 3명을 적발해 이중 2명을 현장 검거했다.

이들은 광주시 광산구 도산동에 소재한 석유품질검사소 호남지소에 주차되어 있던 검사차량에 최첨단 위치추적기를 연결시키려다 적발됐다.

범행에 사용된 위치추적기는 사용자가 인터넷에 로그인하면 컴퓨터를 통해 차량의 이동 경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첨단 제품이다.

이들이 검사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려던 이유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주유소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피의자들이 위치추적기 부착 현장에 타고 온 차량은 광주 북구 소재의 P주유소 대표의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고 운전자는 광산구 소재 P주유소 대표자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품질검사 단속차량의 경보기를 직접 해체하고 차량 운전석 밑의 전원장치에 위치추적기를 연결시킬 만큼 전문적인 방법을 동원해 이들 주유소운영자들 이외에도 유사석유 단속을 피하려는 추가 공모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측은 파악하고 있다.

▲ P주유소는 주유기버튼을 이용해 유사석유와 정품석유를 마음대로 골라 주유해왔다.
사례2) 운전학원서 세녹스 사용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해 유사석유를 제조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지난 20일 파주시 교하읍 동태리에 저장시설을 만들어 놓고 유사휘발유를 제조하던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약 두달 여 전부터 몽골인 2명을 고용해 유사휘발유를 제조해 자유로 일대 등지에서 판매해왔다.

파주경찰서 지능수사팀 관계자는 "유사휘발유 제조장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 몽골인은 강제출국조치시켰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기름값 부담이 커지는 것은 비단 일반 운전자들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26일 부천시의 A운전학원에서 유사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현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운전학원은 휘발유 차량에 '세녹스'라는 상품명의 유사석유를 사용해왔고 단속 당시에도 18리터들이 23통의 유사휘발유가 보관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체 저장탱크에 보관중이던 경유는 시료를 채취해 현재 석유품질검사소에서 유사석유 여부를 검사중이다.

사례3) 이중탱크 만들어 유사 판매

주유기 가격표시판을 이용한 유사휘발유 판매현장도 적발됐다.

석유품질검사소는 지난 21일 대전시 중구의 P 주유소가 유사휘발유를 판매한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P주유소는 지하에 유사휘발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와 밸브를 설치하고 주유기의 가격표지판이나 리모콘을 조작하며 일반인들에게는 유사석유를 판매하고 품질단속에는 정품 휘발유를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조작방법은 간단했다.

주유기 가격표지판에 부착되어 있는 다양한 버튼중 'F1'키를 누르면 정상휘발유가 공급되고 'F2'키를 누르면 유사휘발유가 주유되도록 설계된 것.
정품석유와 유사석유중 특정 제품을 더 쉽게 선택해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리모콘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중부경찰서는 P주유소 대표 양모씨와 실제 운영자인 안모씨를 수배중이며 유사석유 판매를 방조해온 종업원 김모씨는 구속한 상태다.

이제 운전자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판매원들이 불필요하게 주유기 버튼을 조작하는지도 살펴야 할 만큼 유사석유 판매는 지능화되고 있다.

▲ 이중밸브가 설치된 주유기의 내부 모습
- 단속 강화에 집중·장비 첨단화도 탄력-

유사석유 제조나 판매행태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조직화되면서 단속기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석유품질검사소(이사장 김기호)에 따르면 주유소 지하에 이중저장탱크 등을 설치하고 정품석유와 유사석유를 마음대로 선택해 주유하며 단속을 피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올해초 '비노출차량'을 도입해 암행단속에 나서면서 편법적인 판매행위 적발에 탄력이 붙고 있다.

'비노출차량'이란 유사석유 단속차량이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석유판매사업자들이 단속 공무원들이 시료채취를 요구할 때는 정품 석유를 제시하고 평소에는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일반 승용차를 활용해 주유 즉시 유사석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차량이다.

석유품질검사소 신성철 검사처장은 "비노출차량을 이용한 단속으로 편법적인 유사휘발유 현장을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고 예방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나 운행차량의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운전학원 등 대형 석유 자가소비처에서 유사석유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불시단속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한해동안 유사석유를 사용하다 석유품질검사소에 적발된 대형 석유소비처는 총 17곳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8건을 기록했다.

한편 유사석유 단속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장착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과 관련해서 검사소는 단속차량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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