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좋겠다, 민간 석유시장을 이겨서!
정부는 좋겠다, 민간 석유시장을 이겨서!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17.03.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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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석유 소비자 가격을 분석했더니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를 구매하고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비수도권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에 위치하고 셀프 주유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으며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기름도 구매하지 않는 비알뜰 상표 주유소의 기름가격이 가장 높았다고 소개했다.

최소 수백여 평의 부지가 필요한 주유소 사업의 특성상 부동산 가치가 높은 수도권 기름값이 비수도권 보다 높은 것은 특별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판매원이 기름을 주유해주는 비셀프에 비해 인건비가 절약되는 셀프주유소 석유 판매가격이 낮은 것 역시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는 알뜰주유소와 석유전자상거래가 시중 기름값을 낮추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싶었던 셈인데 이들 모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석유유통 시스템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알뜰주유소 상표권자는 대한민국 정부다.

소비자들이 기름을 구매할 때 부담하는 세금이나 각종 부과금을 활용해 특별히 알뜰주유소 시설개선자금으로 지원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특별세액 감면율 확대, 재산세 감면, 운전자금 보증 한도 확대 적용, 외상 여신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해외자원개발이 주특기인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앞세워 알뜰주유소 석유공동구매와 유통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수익률 제로를 지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허경선 박사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의 민간시장 참여에 따른 경쟁 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알뜰주유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공익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알뜰주유소 부문의 이윤을 ‘0’에 맞추고 기름가격을 책정할 때 적정 이윤과 적정 가격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 사업자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한 것이다.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한 해 수백 여 곳의 주유소가 망해 문을 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석유유통시장에 직접 진출해 자신의 운영 수익률은 제로에 맞추고 알뜰주유소에는 각종 특혜를 제공해 기름값을 낮춰놓고 자신들이 내세운 주유소의 기름값이 가장 낮다고 자랑하고 있는 모양새이니 실상은 민간 시장은 돈을 벌지 말거나 망해도 상관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내수 석유 소비량중 10% 내외의 엄청난 물량이 중계되는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는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국내 정유사를 견제하겠다며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수입 석유에 무관세, 수입부과금 환급 등의 특혜를 제공했고 현재도 석유수입부과금 일부를 환급해주고 있다.

올해 부터는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를 구매하는 주유소 등에 매수가액의 0.2%까지 법인세‧소득세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한국거래소는 그 사이 석유전자상거래 참여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알뜰주유소나 석유전자상거래 같은 정부 자산에는 아낌없는 특혜를 제공하며 민간 석유유통사업자 보다 탁월한 경쟁력을 심어줬으니 기름값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텐데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비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더 높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부 석유 유통 브랜드가 민간 유통 시장을 이겼으니 정부는 좋겠다.

이제 더 많은 주유소들이 쓰러져 문을 닫게 될 것이고 그 자리를 정부 자신의 유통브랜드나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며 더 많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