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상승, 수혜자는 누구인가?
휘발유값 상승, 수혜자는 누구인가?
  • 김신 기자
  • 승인 2017.02.0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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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 지난해 3월, 65%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유류세 비중이 최근 58%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실 50%나 60%나 휘발유 소비자 가격중 세금이 절반을 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고율의 유류세가 당연하게 여겨져 온 오랜 경험 속에서 유류세 비중이 떨어져 호주머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적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 기획재정부 2월 3일 보도자료.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최근 열린 물가 관리 대책 회의에서는 기름 판매 가격이 높은 주유소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내수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데 과도한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휘발유 가격중 세금 비중이 떨어졌는데 뜬금없이 주유소 기름값 관리에 나서겠다는 정부 입장이 언뜻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 <자료:석유공사>

사실 휘발유와 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은 1년 사이 상당폭 올랐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3월 둘째 주에 리터당 1340.4원이었는데 올해 2월 첫째 주에는 1516.5원을 기록중입니다.

1년이 채 안된 사이 휘발유 1리터당 176원이 오른 것인데 유류세 비중은 오히려 58%로 낮아졌습니다.

 

유류세 비중이 낮아진 것은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가 종량세(從量稅)로 부과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 현상 때문입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제유가 변동과 무관하게 리터당 529원, 교육세와 지방주행세는 교통세의 15%와 26%가 정액 부과됩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올랐는데 교통세 등은 고정되어 있어 세금 비중이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소비자 가격’이라는 분모는 커지는데 ‘유류세’라는 분자는 변하지 않으면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이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유류세액은 올랐다는 점입니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중 유류세 비중이 65%를 기록했던 지난해 3월 둘째 주에 소비자는 세금으로 리터당 868.2원을 지불했는데 세금 비중이 58%로 낮아진 올해 2월 첫째 주에는 884.2원으로 16원이 늘어났습니다.
세금 비중이 줄었다고 좋아 했는데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은 더 커졌으니 허탈감만 더 커지게 생겼습니다.

종량 개념인 교통세와 달리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국제유가 등 휘발유 원가 변동에 연동되는 종가세(從價稅)로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원유 도입 가격의 3%가 부과되는 관세는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징수액도 오릅니다.

판매 가격에 연동돼 10%가 매겨지는 부가가치세 역시 휘발유 소비자 가격 인상 만큼 부담액이 커집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휘발유 제조원가가 오르면서 관세와 부가가치세 부과액도 자동으로 늘어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유류세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종량세와 종가세가 혼합되는 휘발유 세금 구조로 유류세 비중은 낮아 지지만 실제 징수하는 세금은 늘어나는 ‘매직’ 같은 현상이 연출되는 셈입니다.

그러는 한편에서 정부는 기름값이 높은 주유소를 단속하겠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늘어난 세금 주머니는 뒤로 감추면서 말입니다.

 

일본의 유류세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일본은 휘발유 소매 평균 가격이 3개월 연속 리터당 160엔을 넘게 되면 탄력세율이 자동적으로 적용돼 리터당 53.8엔이 매겨지는 세금이 46% 낮춰진 28.7엔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3개월 연속 130엔 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하면 기존 세율로 자동 회복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원 빈국인 일본에서는 국제유가 변동 등 외부 변수가 내수 물가나 소비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된 유연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교통세법에 탄력세율 적용 근거가 있습니다.

기본세율의 ± 30% 범위내에서 탄력적으로 부과 세율을 올리고 내릴 장치가 탄력세율입니다.

휘발유는 1리터 당 475원의 기본세율에 11.37%의 플러스(+) 탄력세율이 적용받아 529원의 교통세가 매겨지고 있는데 교통세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주행세도 덩달아 부과세액이 늘어나게 됩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불대에 달했고 내수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나 들던 2012년 무렵의 고유가 시절에도 플러스 탄력세율이 적용됐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탄력세율의 기본 취지가 왜곡되는 상황속에서 국제유가가 오르자 정부 세수도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물가 관계 회의를 열고 기름값 안정을 위해 주유소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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