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홍우형 부연구위원]
알뜰 전환 업소 마진 초기만 소폭 감소, 주변은 더 늘어
경쟁 치열 석유 소매 시장 정부 개입, 세계적 유래 없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홍우형 부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규제완화로 완전경쟁 가까워, 셀프 확대가 기름값 더 낮췄을 것-

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나들던 2011년경.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정부는 다양한 석유유통경쟁 촉진 방안을 내놓는다.

그 대표 정책이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석유유통에 진출하는 ‘알뜰주유소’사업이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상표를 등록하고 석유공사가 직접 석유 수입과 공동구매에 나서며 주유소 운영사업을 벌이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당시에도 정부가 직접 경쟁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제 제기가 일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등장하면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정부의 캐치 프레이즈에 소비자들이 환호하면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묻혀 버렸고 2017년 현재, 전체 영업주유소중 10%에 가까운 네트워크를 확보할 만큼 성장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당초 공약했던 만큼 알뜰주유소로 인한 경쟁 촉진 효과가 나타났는가?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 홍우형 부연구위원이 분석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이다.

‘정부가 큰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알뜰주유소 정책이 실제로 그만한 효과가 있을까’라는 개인적인 탐구심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는 한국경제학회에 논문으로 제출된 상태다.

홍우형 박사를 만나 연구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들어봤다. 

▲ 논문 서론에 ‘알뜰주유소 도입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매우 흥미로운 경제학적인 실험’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 일반적으로 정부는 제도를 통해 시장이나 경제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직접 유통 과정에 뛰어들어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만들어 시장에 직접 개입했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같은 실험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유래가 없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 역시 서문에서 ‘정부는 알뜰주유소라는 저비용 주유소들을 인위적으로 양산해 경쟁을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표현했다. 어떤 의미인가?

-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공동구매 등을 통해 기름가격을 낮춰 알뜰주유소에 공급했으니 기름값이 낮은 주유소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독점 시장이라면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긍정적일수도 있겠다.

‘시장 지배력’은 제품을 생산한 비용 보다 얼마나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느냐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제품 소매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은 시장에 정부가 세금 등을 투입해 비용 자체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 연구에서 알뜰주유소 등장에 따른 경쟁 효과는 어떻게 분석됐는지?

- 알뜰주유소 정책이 석유가격에 미치는 효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사업자가 기름값을 얼마나 낮췄는가가 중요하다. 앞서 2013년에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준환박사, 대구대 김형건 교수팀이 분석한 알뜰주유소 전환효과는 리터당 약 20원 정도 기름값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분석에서도 유사한 수준의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알뜰주유소 도입 효과로 기대했던 리터당 100원 수준의 기름값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째로 알뜰주유소가 등장하면서 주변 주유소 사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분석 결과 가격 인하 효과는 일시적으로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알뜰주유소 진입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 ‘알뜰 주변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가 일시적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표현은 어떤 의미인가?

-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즉 알뜰주유소가 진입하고 일시적으로는 주변 주유소의 마진 감소가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길게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알뜰주유소 기름값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문 결과가 발표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석유공사는 물론 자영알뜰주유소협회까지 나서 반박자료를 내고 있다. 반박 근거중 하나로 알뜰주유소 평균 기름 판매 가격이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에 비해 상당 수준 낮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알뜰주유소에서 멀어질 수록 기름값이 오르는 현상도 소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 경제학적으로 연구 분석을 할 때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표본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이다.

그런데 알뜰주유소가 석유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표본 선택 가능성이 너무 넓고 정확한 분석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배제해야 할 표본 요소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알뜰주유소가 휘발유가격이 원래부터 낮았던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알뜰주유소가 다른 지역보다 기름값이 낮기 때문에 경쟁효과가 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는 알뜰주유소가 없지 않은가?

국제유가 변동 흐름을 쫒아가며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주변 주유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알뜰주유소 등장한 2012년에는 초고유가였는데 현재는 유가가 크게 내리는 등 변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문에서는 정부나 시장에서 통제할 수 없는 국제유가 변동이나 주유소별 다양한 경쟁 여건 등에 대한 변수의 효과를 제거하고 알뜰주유소로의 전환 이후 알뜰주유소와 주변주유소의 마진이 어떻게 변동되는가를 추적했다.

즉 유가 등이 변동되지 않고 주유소가 처한 지역적 환경 등에 대한 요소를 배제하고 알뜰 전환 주유소와 주변 주유소의 마진 변동을 본 것인데 언급한 것 처럼 경쟁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알뜰주유소 등장으로 경쟁 촉진이 발생돼 기름 가격이 인하됐고 그에 따른 소비자 후생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해 발표한 석유공사 등의 자료와 관련해 홍우형 박사는 공급가격 및 판매 수량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자신은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알뜰주유소를 비롯한 주변 주유소의 마진은 어떤 기준으로 설정했는가?

-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 가격 등에 대한 정보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석유공사가 집계하는 정유사 석유 공급가격에서 주유소 판매가격을 뺀 것을 마진 기준으로 삼았다.

▲ 마진을 기초로 분석된 알뜰주유소의 경쟁 촉진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이후의 초기 마진은 전환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리터 당 약 20원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준환 박사 등이 2013년에 연구 분석한 알뜰주유소 전환 효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된 것이다.

하지만 마진은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종전보다 리터당 15~17원 낮은 수준으로 영구적으로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알뜰주유소 주변 주유소들의 마진은 알뜰주유소가 시장에 진입한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곧바로 이전 마진 수준 심지어 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 그렇다면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시설개선자금 등을 지원하고 세율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지원한 정책의 효과는 없다고 판단해도 되는 것인지.

- 사실 알뜰 전환 사업자의 마진이 회복된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어떤 분야든 가격 인하 압력이 발생하는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낮춰진 후에 다시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새로운 브랜드가 런칭될 때 그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가치 판단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처음에는 떨어졌다 다시 올라가게 된다.

알뜰주유소도 그렇다.

정유사 상표가 주도하는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로 등장했고 특히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컨셉으로 정부가 도입한 브랜드이니 초기에는 가격을 낮춰 많은 석유를 팔려고 했겠지만 경쟁 과정을 거쳐 기름 판매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도입한 것은 경쟁 촉진을 통해 기름값을 크게 내리려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큰 정책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이제는 알뜰주유소 도입 효과가 균형 상태에 와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알뜰주유소로 인한 추가적인 경쟁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활용해 경쟁을 유도할 추가적인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 알뜰주유소가 석유가격 결정에 미친 효과 연구와 관련한 총평은?

-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은 알뜰 전환사업자가 기름값을 낮추고 주변 주유소에도 영향을 미쳐 따라 가게 만드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하지만 분석 결과 알뜰 전환사업자의 기름 판매 가격은 리터당 15~17원이 떨어지는데 그쳤고 그 배경도 석유 공동 구매 등 정부의 지원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주변 사업자 석유 가격 인하 효과는 일시적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효과성이 매우 적은 정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우리나라 주유소 시장은 거듭된 규제 완화로 사실상 완전 경쟁에 가까운 상황이다.

주유소간 설치 거리를 제한하던 것이 풀렸고 석유가격이 자율화됐으며 이제는 정유사와 주유소사이의 배타적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되고 있다.

이런 규제 완화 조치들은 그동안 석유제품 소매시장에 이미 충분한 경쟁 유발 효과를 가져왔고 더 이상 정부가 나서 추가적인 경쟁을 유도할 효과적인 수단은 매우 희소해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면 알뜰주유소 처럼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 보다 차라리 셀프주유소 확대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개인적인 판단이다.

실제로도 인건비를 줄이는 만큼 셀프주유소가 기름값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피넷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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