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 정유사, 공급가 인하 나설 듯

현대오일뱅크의 제주 진출에도 애써 태연하던 경쟁 정유사들이 서서히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을 선점중인 SK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3개 정유사는 최근 계열 주유소에 현대오일뱅크 수준에 준하는 공급가격 인하를 약속했거나 또는 심각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역의 석유공급가격이 내륙지역보다 낮게 형성될 경우의 반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제주 진입으로 기존 정유사 상표를 사용중인 주유소들이 잇따라 폴별 자영주유소협의회를 만드는 등 석유유통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도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도 GS칼텍스 자영주유소 협의회의 임성만회장(김녕주유소 대표)은 지난달 GS칼텍스 본사에 건의문을 제출하고 현대오일뱅크의 제주지역 공급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거래 조건을 변경해주도록 요청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제주 진출로 가격경쟁이 촉발되면서 긴급 구성된 협의회는 공급가격 인하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로 일단 그 결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성만회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GS칼텍스 제주지사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가 제주지역 농협 계열 석유판매점에 공급하는 석유가격은 경쟁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에 비해 리터당 60원 정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임성만 회장은 “제주지역내 GS칼텍스의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감안해 현대오일뱅크의 공급가격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으로 석유를 공급받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SK 계열 자영주유소 운영자들도 지난 5월 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SK 본사를 방문해 공급가격 인하를 요청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 자영주유소 협의회를 대표하는 임상관회장(봉개주유소 사장)은 “공급가격 인하와 관련해 SK에서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해오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주문한 것은 결국 현대오일뱅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SK나 GS칼텍스와 마찬가지로 협의회(회장 조민현 신촌주유소 대표)를 구성한 에쓰-오일 자영주유소 운영자들 역시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수준의 공급조건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제주지역의 가격인하경쟁이 내륙 석유시장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서울지역 주유소들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제주지역보다 오히려 리터당 2원이 비쌌고 경유는 제주지역이 13원정도 높게 형성됐다.

내륙에서 제주까지 해상 수송하는 비용을 더하는 것이 관행화되면서 그동안 서울보다 10~20원 가량 높은 소비자가격이 형성됐지만 현대오일뱅크의 제주 진출 이후 그 격차가 빠르게 해소되고 심지어는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유사의 소매담당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제주농협계열 석유판매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계통구매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일반 유통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가격은 아닌데도 일반 주유소사업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