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에 선 사우디 중심 생산량 120만 B/D 줄이기로
러시아에 40만 B/D 감산도 주문, 유가 상승 계기 마련
감산 합의 실행*美 셰일오일 부활 여부가 향후 유가 결정할 듯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산유국 카르텔인 OPEC이 극적으로 감산에 합의했다.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 감축을 이끌어내면서 ‘아직 죽지 않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쏘아 올렸는데 그만큼 유가가 반등할 것인지에 대한 반응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OPEC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하루 120만 배럴의 생산량을 줄이는데 합의했다.

지난 9월말 알제리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어 ‘11월에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생산 한도를 조정하자’고 합의한 것이 현실화된 것.

특히 알제리 비공식 회의에서 논의됐던 최고 수준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냈다.

알제리 회의에서 OPEC 회원국들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최저 3250만 배럴에서 최고 3300만 배럴 사이로 조정하자고 합의했는데 이번 총회에서 하루 최대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한정했다.

◇ 롤러코스트 탄 감산 합의에는 성공

OPEC이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그동안 롤러코스터를 타왔다.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은 합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란, 이라크 등 산유 동맹국들의 불참 전망은 감산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분석의 근원지가 되어 왔다.

하지만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48만6000배럴의 생산량을 줄이겠다며 선봉에 섰고 서방 경제 제재가 갓 풀린 이란은 감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극적인 합의점을 찾으면서 감산 실행 동력을 갖게 됐다.

특히 유가 부양을 강력하게 희망해온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에 일산 40만 배럴 규모의 감산 참여를 주문한 대목도 OPEC의 원유 패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하루 15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바 있는 OPEC은 이후 8년여 만에 또 다시 생산량 감축에 뜻을 모으게 됐다.

◇ 유가 반등 계기는 마련됐다

이제 문제는 국제유가다.

OPEC이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생산량 조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저유가 장기화를 방치했고 그 결과 ‘산유국 카르텔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받아 왔지만 결국 감산을 통한 유가 부양에 뜻을 모았다.

그 효과로 유가가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국제 원유 시장은 하루 평균 공급량이 수요 보다 200만 배럴 규모 많은 상황인데 OPEC이 일산 120만 배럴 감산에 뜻을 모았고 비OPEC도 최대 6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줄이게 되면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점이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등은 OPEC의 감산 합의로 내년 상반기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유가 상승 저지 요소도 산재

하지만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이 실제 감산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특히 러시아는 OPEC이 주문한 하루 4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셰일오일의 부활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다.

실제로 OPEC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셰일오일의 채산성이 개선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면 유가 상승 효과가 빠르게 억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셰일오일은 전통 원유보다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아 유가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성이 높다.

특히 미국 내 미완결 유정(DUC; Drilled but Uncompleted)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향후 유가 부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EIA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미국 주요 셰일지역 내 미완결 유정(DUC) 수는 무려 5155공에 달하고 있어 OPEC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셰일오일 채산성이 개선되면 동시다발적인 생산 개시에 나설 수 있고 이 경우 유가는 또 다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예측 가능한 한 가지는~

이번 총회는 산유국 카르텔인 OPEC이 유가 하락을 마냥 방치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상징적인 영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회 이후 감산 합의를 실제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OPEC의 위상은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이어진다면 산유국 카르텔이 설령 감산을 실행하더라도 그들이 희망하는 수준의 유가 부양은 난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헛발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향후 국제유가 흐름은 전망만 할 수 있다.

그 전망은 맞는지 틀리는지는 가봐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 전망은 OPEC의 원유 시장 패권은 약화되고 있고 원유 공급자 중심 시장이 구매자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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