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성공하면 돌려주고 아니면 말고?' 성공불융자 부활의 이유
[석유] '성공하면 돌려주고 아니면 말고?' 성공불융자 부활의 이유
  • 김신 기자
  • 승인 2016.11.16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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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성공불융자(成功拂融資)’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해석하면 ‘사업에 성공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융자’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성공하지 못하면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니 희한한 융자 방식이지요.

사실 성공불 융자는 리스크가 큰 해외자원개발이나 신약 개발 분야에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정책적 필요성이 크지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기업들이 자기 자본만으로 나서기 어려운 사업들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성공률이 10% 수준에 불과하고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투자비가 장기간에 걸쳐 투입돼야 하는 하이 리스크(Hi -Risk) 사업입니다.

특히 탐사 단계 자원개발 성공률은 극히 낮습니다.

투자에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을 찰 수 있어 기업의 존망을 가를 수 있는 위험한 사업이니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함부로 덤벼들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성공불 융자라는 유인책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의 과정을 거쳐 사업의 적정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도 자기 자본을 일정 비중 이상 투자해야 합니다.

사업에 성공하면 융자를 받은 기업은 원리금은 물론 순수익금의 약 20%를 특별부담금 형태로 더해 정부에 납부해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책 사업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하면서 개발에 성공하면 상당 수준의 이익금을 환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할 경우 융자금 전액을 감면받게 되고 현재까지의 성적은 정부 융자액 보다 회수액이 적다는 점 등을 이유로 ‘눈먼 돈’, ‘정경 유착의 고리’ 같은 곱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 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공불 융자제도를 폐지하느냐 존속시키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데 정부는 한 때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습니다.

2015년만 해도 1437억원이 성공불 융자 예산으로 편성, 집행됐는데 올해 예산은 ‘0원’으로 예산 항목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성공불 융자 예산이 사라지면서 ‘눈먼 돈’으로 치부되던 정부 자금 지출은 차단됐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자원 절대 빈국’입니다.

해외 자원개발이 역대 정권의 국정 과제로 줄 곳 유지되고 있는 것도 에너지자립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인데 성공불 융자 제도가 사라지면서 2014년 하반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경련이 연초 발간한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에 신고된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 수는 2011년 71개에서 2014년 17개로 76% 이상 급감한 상태입니다.

투자액 또한 2011년 117억1600만 달러에서 4년 만인 2014년에는 67억9300만 달러로 약 42% 줄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가치가 떨어진 유망 광구를 적은 자본으로 탐사하거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성공 확률은 낮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며 성공하더라도 자본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사업을 개별 기업만의 힘으로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 통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4년 일본 해외 석유·가스 지분 생산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이 24.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투자액도 2010년 4조2691억엔에서 2014년 11조4006억엔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네요.

아프리카를 비롯해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라도 손을 뻗치고 있는 중국은 2010년 이후 매년 7~800억 달러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009년 이후 2013년 까지 중국 국영석유기업(NOC)들은 북미 지역에서 셰일자산 지분을 매입했고 영국, 북해,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활발한 해외자원개발활동을 전개해 해외 석유자산의 최대 인수 국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정부가 자원개발 융자 제도를 내년에는 부활시키려 한다는 점입니다.

내년 예산으로 1500억원을 편성한 것인데 다만 명칭과 자금 운용 기준은 바뀌게 됩니다.

‘성공불융자’라는 명칭은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로 바뀌고 민간 기업 중심의 지원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동안 성공불 융자중 상당 부분을 석유공사 같은 공기업들이 사용해왔습니다.

2015년의 경우 정부의 성공불 융자 지원액중 47%가 공기업에게 지원됐는데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방만한 투자로 천문학적 국부 유출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정부는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태입니다.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에 지원이 집중될 수 밖에 없겠지요.

자금 운용방안도 개선했는데 사업당 최대 융자비율을 총 사업비의 80%에서 30%로 축소하고 자원개발에서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전액 면제하던데서 30%는 상환하도록 강화한 것입니다.

 

모든 정부 예산은 국민의 세금에서 비롯됩니다.

꼭 필요한 곳에 소중하게 사용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공불 융자’라는 좋은 취지의 제도가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관리와 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진 탓도 있습니다.

명칭을 바꾸고 융자 제도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안심하지 말고 사업 선정에서부터 자금 집행, 융자금 회수 등 전 과정을 투명하게 지켜보고 공정하게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년에 부활되는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가 대한민국을 자원 부국으로 이끌 수 있는 소중한 종자돈으로 사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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