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900억 환급된 석유수입부과금, 그리고 그 너머
[석유] 900억 환급된 석유수입부과금, 그리고 그 너머
  • 김신 기자
  • 승인 2016.10.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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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석유에는 다양한 제세공과금이 부과되는데 이중에는 리터당 16원씩 매겨지는 ‘석유수입부과금’이라는게 있습니다.

석유수입부과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해외자원개발, 도시가스 보급, 가스안전관리 등 국책 에너지 관련 사업에 투입되는 에너지자원특별회계의 재원이 됩니다.

원유나 석유제품을 외국에서 들여올 때 붙는 준조세로 원천 징수되기 때문에 석유를 소비하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네요.
환급 방식으로 900억원에 가까운 부과금이 정유사와 석유수입사의 호주머니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국회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금천)이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한 2012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897억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이 환급됐습니다.

환급액은 정유사가 550억원, 석유수입사도 346억원을 되돌려 받았더군요.

 

위험물이자 높은 유류세금이 부과되는 탓에 석유를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은 법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석유사업법령에 근거한 요건을 갖춰야만 석유를 생산하거나 수출입, 도소매 할 수 있습니다.

정유사나 석유수입사, 석유대리점, 주유소가 바로 법으로 규정된 석유사업자들입니다.

소매 사업자인 주유소는 상표 계약을 맺은 정유사에서 직접 석유를 구매해도 되고 석유수입사나 석유대리점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석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적게는 2단계에서 많아야 3~4 단계에 불과할 만큼 단순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석유가격 투명성을 이유로 지난 2012년, 한국거래소에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했고 그 바람에 거래 과정이 한 단계 더 추가됩니다.

▲ <자료:이훈의원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거래가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정유사들은 정부가 만든 석유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정유사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으니 전자상거래가 굴러갈 리가 없었겠지요.

‘화가 나고 괘씸했던 것’인지 정부는 전자상거래에 물건을 대어줄 대상으로 석유수입사를 낙점하고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공합니다.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수입석유에 무관세, 수입부과금 환급,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면제 등의 특혜를 제공한 것입니다.

2012년에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환급된 부과금 87억9500만원이 모두 9개 석유수입사에게 돌아간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 수입 석유제품은 3%의 관세까지 면제됐으니 석유수입사들이 실제 받은 혜택은 훨씬 컸겠지요.

당시 부과금을 환급받은 석유수입사중에는 삼성물산, 남해화학 같은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인 석유공사도 포함되어 있네요.

국내 정유사들이 무역의 날 수출의 탑을 받으며 생산 제품의 절반을 수출하는 사이에 석유공사 같은 에너지 공기업들까지 석유를 수입하며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시켰고 소비자들이 부담한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받았습니다.

▲ <자료:다음 백과사전>

‘관세(關稅)’라는 이름의 세금이 있습니다.

관세의 기본적인 역할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있습니다.

간혹 외국산 제품이 덤핑 유입돼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며 미국이나 EU에서 보복관세를 매긴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외국 제품이 수입되며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바로 ‘관세’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수입석유에 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관세를 물리지 않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그 반대편에 서있는 내수 장치 산업 ‘정유사’들이 들여온 원유에는 3%의 관세를 물렸습니다.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한 내수 장치산업에 오히려 관세를 부과시키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역차별 정책으로 우리 정유사들이 전통적으로 석유를 수출하던 일본에서는 한 해 1조원이 넘는 석유가 역수입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석유전자상거래 개설 당시 본지가 단독 인터뷰한 기사중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당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유사가 석유전자상거래에 참여하지 않으니까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적인 참여 수단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그 수단으로 ‘수입 석유에 무관세 적용, 수입부과금 환급, 석유 매도 사업자에 0.3%의 법인세액 공제 인센티브 확대 등의 방식으로 정유사 기름값 보다 리터당 최대 60원까지 낮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수입석유 완제품에 무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제공했지만 정유사들이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도입한 원유에는 3%의 관세, 리터당 16원의 수입부과금을 매기게 됩니다.

내수 산업 역차별 논란이 벌어지면서 석유수입사만 ‘콕’ 찍어 지원하던 무관세 특혜는 폐지됐지만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정유사도 환급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정유사가 이 혜택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년간 500억원 넘는 부과금을 환급받은 정유사들은 오히려 환급을 중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정유사가 부과금 환급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물이가(一物二價)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하는 석유는 수입부과금 환급액만큼 가격이 낮아져 일반 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와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똑같은 정유사에서 생산해 유통하는 제품인데도 말입니다.

경쟁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면 가격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쫒아가게 마련이니 똑같은 제품이더라도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받는 전자상거래 가격에 맞춰 모든 석유가격이 낮춰지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겠지요.
 

 

부과금 환급이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주목해야 합니다.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거래 물량이 커지자 한국거래소가 ‘거래수수료’라는 것을 부과하기 시작합니다.

2014년 8월 이후부터의 일인데 석유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경쟁매매는 거래대금의 0.02%, 협의거래는 0.025%를 부과했고 올해 2월에는 수수료를 두배로 인상시킵니다.

이로 인해 석유 1리터당 약 1~2원 정도의 거래 수수료 부담액이 발생하고 있는데 한국거래소가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걷는 수수료 수입은 한 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과금을 전자상거래 이용자들에게 환급해주고 한국거래소는 전자상거래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걷고 있으니 소비자 부담은 결국 한국거래소 수익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수입부과금 환급을 중단하면 기름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프라인에서 거래하면 발생하지 않을 수수료가 한국거래소를 통하면서 더해지고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자료:이훈의원실>

정부가 무리하게 부과금을 환급해가면서까지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지키려는 속내는 이명박 정부 당시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부가 내놓은 3대 석유유통 경쟁 촉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당시 정부는 알뜰주유소, 전자상거래, 석유혼합판매 등 이른 바 석유유통경쟁촉진 3대 정책을 도입, 시행했는데 잘 알려진 것 처럼 알뜰주유소는 유명무실해졌다는 비난을 사고 있고 석유혼합판매는 상표권, 소비자 선택권 보호, 석유사업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등이 엇갈리면서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수입부과금 환급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떼내면 석유전자상거래마져 수명을 다할 수도 있으니 무리를 해서라도 그 끈을 잡고 싶을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호주머니에서 끄집어낸 준조세가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되는 것을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방관하고 있을까요?

수백억원을 지원받고 있는 수혜자들 조차 반가워하지 않는 정책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국민의 돈으로 특정 산업과 유통채널을 지원하며 스스로의 비논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시장 기능에 맡겨두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와 감독의 시스템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을 대신한 ‘행정의 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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