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공기업(公企業)은 국가나 지자체가 주인이 기업을 의미합니다.

대체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지향할 필요가 있거나 수익의 한계 등으로 민간이 수행하지 않으려는 사업을 공적 영역으로 정해 공기업에게 맡기게 됩니다.

전기나 가스, 물 같은 필수 재화에 대한 생산, 유통, 관리가 대표적인 공적 영역이고 한전, 가스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공기업이 사업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 추구 보다 공익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하는데 그 균형을 잡는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소비자 호주머니를 생각해 원가 보다 낮게 요금 체계를 유지하면 그 공기업은 적자에 내몰리게 됩니다.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채워지게 되겠지요.

원가 보전 비율이 너무 높아 이익 규모가 커지면 독점사업을 이용해 국민들을 봉으로 삼는다고 비난을 받게 됩니다.

▲ <자료:한국전력공사>

| 공기업 부채는 곧 국민의 빚

지난 여름, 가정용 전기 누진제로 요금 폭탄을 맞은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 한전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전력 생산, 판매를 독점하는 발전회사들을 자회사로 거느린 거대 전력 공기업이 바로 한전입니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7조3149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부채는 곧 ‘빚’이니 한전이 떠안고 있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는 국민의 빚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채는 발전소를 비롯한 다양한 전력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 반드시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전이 최근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부채를 상환하기 보다 임직원들 복지에 더 신경을 쓴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 <자료:한국전력공사>

| 누진 전기요금 폭탄에 하반기 실적 더 화려할 듯

한전은 지난해 13조4163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영업이익도 11조3467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액이 58조9577억원을 기록했으니 18.97%의 매출액 순이익율을 기록한 셈입니다.

한국은행이 상장기업 1536곳과 주요 비상장기업 19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기업 경영 분석 자료'의 평균 영업이익율은 4.3%로 나타났습니다.

전력 산업을 독점하는 한전의 영업이익율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적자생존 원칙을 강요받는 민간 시장에 비해 월등하게 높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6조30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냉방전력 수요가 급증한 하절기를 거치면서 가정용 전기에 폭탄 누진 요금이 본격적으로 적용받는 하반기 실적은 더 화려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키워드…

사실 한전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에만 해도 3조779억원이라는 엄청난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2013년 이후 흑자로 전환되면서 현재까지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갚는데 이익의 상당 부분이 사용돼야 할 겁니다.

한전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2조156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출했습니다.

하루 빨리 돈을 벌고 빚을 갚으면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천문학적인 금융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공기업 부채가 국민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 한전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높은 연봉, 민간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복지기금, 성과급 잔치, 적정 이윤을 초과한 요금 체계 등이 국정감사에서 한전과 연결되는 ‘키워드’입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 차고 넘치는 사내복지기금

국회 유동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876만원을 기록중입니다.

단연 톱 클래스 수준입니다.

한전은 직원들의 복지 용도로 2507억원에 달하는 사내복지기금을 조성한 상태입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란 근로자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사용하기 위해 기업이 이익금중 일부를 출연해 조성하는 것인데 주로 경조사비용이나 자녀 지원을 비롯한 선택적 복지에 사용된다고 하네요.
문제는 한전의 기금 조성액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2014년 기준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평균 기금액이 99억9600만원인데 한전은 이보다 25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지기금이 차고 넘치는데도 한전은 우수한 경영 성과를 거뒀다며 지난해 307억9600만원의 기금을 추가로 조성했습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서 허용한 범위안에서 복지기금을 적용했다고 하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 <자료:기획재정부,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확정>

| 법 기준을 지키고 있지만…

높은 연봉을 받는 한전 임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1인당 2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이자율은 3%에 불과한데 정부가 사회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저소득주민을 지원할 때 적용하는 최저 이율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올해는 파격적인 성과급도 받게 됩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는 한전이 경영평가 A등급을 받은 배경으로 사상 최대 당기 순익을 거뒀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A등급을 받은 공기업의 기관장은 전년 기본 연봉의 96%, 직원은 전년 기준 월봉의 200%에 해당되는 성과급을 받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한전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이 2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역시 법에 근거해 ‘열심히 일 한 만큼의 포상’을 받게 되는 것이니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아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한전이 사상 최대 당기 순익은 거둔 배경은 높은 전기요금 체제 때문이라는 주장때문입니다.

 

| 원가회수율 높은 이유는?

국회 이훈 의원은 한전과 산하 발전 자회사들이 적정 이윤을 크게 초과하는 원가회수율을 적용하면서 지난해에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 이윤을 더 걷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이 공개를 꺼리는 ‘총괄원가’ 자료를 공익 제보자 등을 통해 입수해 매출, 이익 규모 등과 비교한 결과 원가 보다 높은 요금 체계를 적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이훈 의원이 ‘초과 이익’이라고 표현하는 근거는 총괄 원가의 의미 때문입니다.

‘총괄 원가’는 생산원가 이외에도 한전 등 발전사 등이 취할 수 있는 적정 이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전력 생산 원가,적정 마진을 더한 것 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청구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한전의 총괄원가대비 회수율은 106.4%, 한수원은 무려 119.2%로 나타났습니다.

‘땅짚고 헤엄치는’ 독점 전력 판매 사업에서 원가와 적정 마진을 감안한 것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청구했으니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겁니다.

▲ <자료:한국전력공사>

| 국민은 ‘봉’

그런데 정부는 한전의 경영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수천만원의 성과급 지급의 기준을 제공하고 있고 한전은 사내 복지에 더욱 분주한 모습입니다.

이쯤되면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공기업 스스로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너무 억울합니다.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공기업이 설립되고 운영되는데 원가 보다 높은 요금 까지 지불하며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이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는데 주인인 국민들은 외면당하고 회사와 직원들만 성과급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사이에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와 이자 비용은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의 부담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이쯤되면 공기업은 많은 수익을 거두든 아니면 적자를 보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이 ‘봉’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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