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수 한국가스공사 노조위원장

▲ 신익수 노조위원장
산업자원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에너지기본법이 지난 2월, 4월 국회에 이어 이번 6월 국회에서도 그 처리가 유보되었다. 일단 당장은 천만다행한 일이라 본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협약의 발효에 대한 대응, 전세계적인 에너지위기 속에 국가에너지원의 안정적 확보 등의 조건 속에 에너지정책의 전면적인 재구성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불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보여지듯이 에너지자원의 97%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절대적 에너지빈국인 한국에게 에너지원의 안정적 확보, 에너지 저소비구조 확립과 재생가능한 에너지체로의 전환은 매우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에너지산업에 시장경쟁요소의 확대, 산자부의 에너지정책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 에너지기본법 제정에 골몰하고 있다.

진작에 노동, 환경, 전문가 그룹 등 제 시민사회단체는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자원부가 독점해 온 에너지행정을 분산하고 국가정책에서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새로운 관점에서 국가에너지 철학과 비전을 수립코자 관련법 제정을 포함한 정책적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산업자원부가 제출한 법안은 에너지산업의 민영화(사유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국민의 에너지기본권을 약화시킬 시장경쟁요소의 확대와 규제완화라는 독소적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과 양심적인 사회진보진영의 반대로 저지, 유보되고 있는 가스산업 및 전력산업의 시장화, 사유화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의 경우도 민간의 참여를 형식적으로 보장하고 실제적으로는 산업자원부에게 에너지정책에 대한 독재적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공공성에 기초한 에너지정책 실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기본법은 에너지 관련법의 모법으로 위치하는 성격상 정부의 입법안 대로 처리된다면 전체 국민이 누려야 할 에너지 기본권은 말살되고 에너지산업 전영역에 시장화, 사유화의 물결이 대세가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가스노조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조합은 지난 수년간 정부의 에너지산업 사유화와 경쟁도입에 맞서 관련산업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가스산업의 경우 정부는 현재 노사정간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서도 직도입을 확대하는 것을 발판으로 도입과 판매영역에 사적자본을 참여시켜 구조개편을 완결지으려 하고 있다.

이미 내년 6월까지 입법을 포함한 모든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당초 노사정간 논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약속과는 다르게 입법예고도 없이 천연가스 수입업자의 설비요건을 완화하고 설비공동이용제를 명문화했으며 배관망 공동이용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구조개편 정부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기본법이 정부안대로 통과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은 날개를 다는 결과를 빚을 것이며 그동안 각고의 노력 속에 지켜온 산업의 공공성은 한번에 침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에너지산업 전체가 파국적 상황으로 떨어질 것이다.

지난 22일 10개월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노동과 환경 등 제시민사회세력은 에너지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를 창립하고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세계적인 시장화, 사유화 결과가 어떤 재앙을 초래했는지 생생하게 실증하는 계기가 되었고 향후 바람직한 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전망을 세우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이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맞선 대응을 본격화 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에너지산업의 시장화 사유화 정책을 전면철회하고 사회공공성에 입각한 산업발전방안을 마련하라는 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장은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기본법안 철회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고수한다면 또다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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