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업소중 40% 이상이 매년 신규 진입·폐업 ‘반복’ [br/] 거래처인 주유소·석유일판 감소하는데 대리점은 증가[br/] 정부 규제 완화로 가짜석유 유통 등 불법 업소 양성돼

▲ 저장시설 등을 단기 임차해도 석유대리점에 등록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한 석유 저장탱크 터미널 전경.(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석유유통산업의 허리를 맡고 있는 석유대리점 사업자단체가 불법 석유대리점에 대한 단속과 시장 진입 요건 강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사업자단체가 회원사 또는 잠재적 회원사의 불법 행위를 점검하고 단속해달라고 행정력에 주문한 것으로 자기 손가락을 깨무는 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석유 도소매 능력이나 자질을 갖추지 않은 대리점들이 시장에 진입해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폐업하는 등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법 석유대리점들은 가짜석유 유통,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해 정부 세수 결손이나 자동차 환경에 위해를 끼치는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로 인해 정상적이고 건전한 석유대리점들이 도산하거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에 단속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 규제 완화가 난립 불러

석유대리점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도매 영역을 담당하는 사업자다.

전국적으로 거점 저장 시설 등을 확보해 정유사 생산 시설에서 출하된 석유를 전국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 등에 공급하는 것이 기본 역할로 석유대리점 수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2000년 기준 150곳에 불과하던 석유대리점은 2015년에는 608곳으로 15년 사이에 405%가 늘었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석유대리점 등록 요건이 완화되면서 벌어진 현상인데 석유도매사업자 역할을 수행하는 대리점이 자가 저장시설을 보유하지 않아도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1999년 석유사업법 개정 과정에서 석유대리점의 시장 진입 요건을 크게 낮춘 영향인데 기존에는 자가 소유의 저장시설과 수송장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던 것을 임대차도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등록 서류에 정유사 등 석유 최상위 공급자와 맺은 석유 거래 계약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규정되던 것도 폐지됐다.

가짜휘발유 원료로 불법 전용되면서 사회문제화가 됐던 용제의 경우 대리점 등록을 위해서는 여전히 용제를 공급하는 자 즉 정유사나 석유화학사와 체결한 용제 공급계약을 의무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석유대리점의 경우 공급 계약서 의무 제출 규정이 사라지면서 석유공급자를 확보하지 않고도 석유대리점 사업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저장시설을 빌리고 석유 공급자가 없어도 석유 도매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주유소 수는 주는데 대리점은 늘어

석유대리점 업계의 표현대로라면 석유대리점 난립 시대다.

석유도매 시장의 수요는 위축되는데 석유대리점의 수는 증가하거나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에 등록된 석유대리점은 2000년에 150곳을 기록했던 것이 2005년에는 428곳으로 크게 늘었다.

2010년에 들어서는 594곳 까지 증가했고 이후 줄곳 600곳 대를 유지중이다.

하지만 이 사이 석유대리점의 주요 거래처인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는 확연한 감소세를 기록중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영업주유소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사상 첫 1만3000곳을 넘어서며 정점을 기록했는데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월 평균 14.3곳씩 문을 닫으며 올해 4월에는 1만2089곳 까지 떨어졌다.

석유 소매 사업자인 석유일반판매소도 2000년에는 7212곳이었던 것이 올해는 2545곳으로 64.7%나 감소했다.

물건을 팔 곳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정작 석유대리점의 수는 오히려 늘거나 변동이 없는 모양새다.

▲ <자료=석유유통협회>

◆ 등록 업소중 40%가 신규 등록·폐업

더 큰 문제는 시장 진출입이 지나치게 자유롭다 보니 폐업과 신규 등록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대리점 사업자 단체인 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매년 석유대리점의 절반 이상이 신규 등록하거나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평균적으로 132곳 석유대리점이 신규로 등록했고 123곳이 폐업한 셈이다.

지역별로는 충북과 부산, 울산의 석유대리점 변동폭이 가장 컸다.

최근 7년간 충북은 등록 대리점 24곳중 12곳, 부산은 154곳중 평균 88곳, 울산도 24곳중 평균 14곳이 신규 등록했거나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폭이 50%를 넘고 있는 셈이다.

경기와 경남의 석유대리점 변동도 요동치고 있는데 경남지역 석유대리점 신규 등록은 2014년 기준 3곳에서 지난해는 13곳으로 급증했고 폐업은 2곳에서 10곳으로 크게 늘었고 경기 지역도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 불법 사업자 양산

전체 등록 사업자중 절반에 가까운 석유대리점이 신규 등록하거나 폐업하는 양상이 매년 반복되는 비정상적인 모습은 정부의 시장 진입 규제 완화를 틈 타 불법 영업을 벌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1년 내에 신규 등록하거나 폐업하는 비율이 전체 등록 업소의 40% 정도로 석유대리점의 시장 진출입은 과도하게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낮은 시장 진입 장벽이 부실하고 영세한 석유대리점을 양산하고 각종 불법 행위에 이용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신규 등록과 폐업이 매년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판매실적이 없거나 연락 두절로 석유사업자의 법적 의무인 거래상황 보고를 하지 않는 등 부실 대리점이 2006년 56곳에서 2010년 144곳, 2015년 12월 기준 112곳에 이르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들 사업장중 적지 않은 업소들이 가짜석유 유통, 무자료 거래를 일삼고 있고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석유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건전한 시장 경쟁에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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