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한국거래소>

[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정부가 한국거래소 석유현물전자상거래 지원을 1년 또 연장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석유 유통 가격의 투명성과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이유로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한 것이 지난 2012년 3월입니다.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의 가장 큰 강점은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에서 만나 가격과 수량 등 거래 조건을 흥정하는 것으로 경쟁의 치열함 만큼 기름값을 끌어내릴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가 대표적인 경제지표가 되듯 전자상거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은 석유 유통 가격의 나침반이 될 수 있어 시장 경제에서 중요한 정보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현재는 사라진 민간석유전자상거래 사이트.

그런데 말입니다…

공정해야 할 한국거래소의 석유전자상거래는 출발부터 편파적이었고 우월적인 지위에서 태동됐다는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상당수의 민간 석유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이 활동중이었는데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전자상거래에 파격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집니다.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석유제품에만 무관세가 적용되고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 전액을 환급해준 것입니다.
경유에 섞여 공급되던 바이오디젤도 혼합 의무를 예외 적용받았습니다.
바이오디젤 가격이 일반 경유 보다 비쌌으니 혼합 의무를 예외 적용한 것도 특혜가 됐던 것입니다.
 

 

당시 이 조치로 한국거래소를 통해 유통된 석유는 오프라인에서 거래된 석유보다 리터당 60원 가깝게 낮은 가격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똑같은 석유제품인데도 한국거래소를 경유했는지 여부에 따라 상당한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서 석유제품은 일물이가(一物二價)가 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더 심각한 반 시장적 조치도 이뤄집니다.

정부 지원이 수입 석유 완제품에만 적용된 것입니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사는 배제시키고 수입 석유제품만 무관세와 수입부과금 환급 특혜 등이 제공된 것입니다.
 

 

한국산 석유의 전통적인 수입국이었던 일본은 한국 정부의 석유 수입 장려 특혜를 틈 타 한 해 1조원이 넘는 석유를 역수출하며 대일본 무역 역조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수입 석유 장려 정책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석유가 우리나라로 재수입되는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특혜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수입 석유에 대한 특혜는 줄이되 정유사도 수혜 대상에 포함시킵니다.

이제는 수입 석유도 원유와 동일한 관세를 물게 됐고 정유사 생산 석유는 수입 석유와 동일한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정부는 수입부과금 환급액도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리터당 16원이던 환급액은 8원으로 줄었고 이제는 경쟁매매는 8원, 협의매매는 4원으로 더 축소된 상태입니다.
 

▲ <사진출처:pixabay.com>

그런데 말입니다…

정부는 좀 처럼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에 대한 애정을 멈추려 하지 않습니다.

부과금 환급 지원을 명시한 석유사업법에서는 1년 기한의 일몰제로 제안되어 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매해 법을 고쳐 가며 지원 기한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6월말로 예정된 일몰 기한을 또 다시 1년 추가 연장했습니다.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거래소 수수료 수입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높습니다.

실제로 개설 당시 무료로 운영되던 전자상거래는 정부가 각종 지원을 제공하면서 거래 물량이 커지자 2014년 8월을 기해 석유매도자와 매수자 쌍방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합니다.

경쟁매매는 거래대금의 0.02%, 협의거래는 0.025%가 매겨지게 됩니다.
올해 2월에는 수수료를 두배로 인상시켰습니다.
 

 

수수료가 부담이 된다면 참여자들이 거래를 중단하면 될 일입니다.

이 경우 석유전자상거래는 시장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운영을 멈출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이 아른거립니다.
전자상거래 수수료로 부담하는 리터당 1~2원 수준의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액으로 충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일몰을 연장하면서 수입부과금 환급 중단을 멈추지 않는 것은 결국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를 살리기 위한 인공호흡장치인 셈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경쟁 매매 방식에 더해 협의매매라는 것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외에서 석유공급자와 구매자가 거래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오프라인 방식인데 한국거래소는 전자상거래를 거칠 경우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협의매매도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제공합니다.

석유전자상거래에서 협의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나 들고 있습니다.

정유사 영업사원과 주유소 운영자가 만나 흥정하는 전통적인 거래 방식이 협의매매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거래소는 오프라인 거래에 끼어 들어 석유전자상거래라는 유통 과정을 한 단계 더 추가시켰고 그 과정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거래 수수수료를 부담시키며 오히려 기름값 인상요인을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상당수 지분을 민간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리 감독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한 민간 기업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에너지자원특별회계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거래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름 1리터를 구매하는데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부담하고 있고 이 돈은 에특회계 세입에 포함돼 해외자원개발, 가스안전 확보 예산 등으로 사용돼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로 지원된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액은 2012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약 2년 9개월 동안 6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많은 예산이 한국거래소에 지원됐고 그 과정에서 국내 산업 역차별, 대일본 무역 역조 심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했는데도 정부는 그 흔한 정책 영향 평가 없이 거래소에 대한 지원을 또다시 연장하고 있습니다.

수혜자인 한국거래소가 자체 분석한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만 되풀이하면서 말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이 이제는 부러울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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