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정부가 한국석유공사의 역할중 핵심 사업인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사실상 무장해제(武裝解除)시켰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29일,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 방안을 심의 의결하고 자원개발 전문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역할을 사실상 비축 분야로 제한했다.

석유공사가 그동안 확보한 해외 자원 개발 자산 등은 일단 비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민간 등에 매각해 정리하게 된다.

대신 효율성이 강점인 민간 영역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주도권을 넘기고 성공불 융자제도도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를 대형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던 때가 떠오른다.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는 석유공사의 대형화를 통해 석유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비전 선포식을 갖는다.

이때부터 2012년까지 19조원을 투입해 석유공사의 하루 생산량을 30만 배럴로 늘려 세계 60위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도 발표된다.

2007년 기준 석유공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인 5만 배럴 수준을 약 5년동안 6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그들만의 목표’로 끝을 맺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도 한참 지난 2015년 기준 석유공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여전히 30만 배럴을 상당 수준 밑도는 23만1000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자원개발사업은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낙인이 찍혔고 국회 국정조사특위 대상이 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상처가 곪으면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도려내서 재발을 막는 것이 옳다.

하지만 왜 곪았는지에 대한 원인과 과정, 책임을 제대로 묻고 따지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 대신 판을 아예 뒤집어 버리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다른 문제다.

불행하게도 자원개발국조특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건 핵심 당사자들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보이다 청문회 조차 열리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자원개발 정책의 실패한 모습과 그 크기를 부각시키는데 골몰했고 정부와 여당은 사건을 최소화시키거나 방어하는데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다 국정조사 특위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그 이후 정부 자원개발정책의 행적은 이렇다.

성공불 융자는 사라졌고 저유가 상황에서도 해외자원개발 사업 투자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부에 신고된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 수는 2011년 71개를 기록했는데 2014년에는 17개로 76% 이상 줄었고 투자액도 42%나 감소했다.

석유공사는 2014년 이후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 신고 건수는 한 건도 없다.

에너지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이 올 스톱된 것이다.

에너지위원회에서는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거둬들이는 대신 효율성이 높은 민간기업의 참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결과가 이야기해주겠지만 일단 우려가 앞선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도대체 중간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대형화시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시키겠다던 바로 직전 정권의 기조는 현 정권 들어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축소 일변도로 바뀌더니 이제는 공적 영역의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정부 결정이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공적 영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책임의 회피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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