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전국 주유소 수는 중국집 절반 정도나 된다.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이 전국에 2만5000 여곳에 달한다는데 영업중인 주유소는 1만2000곳을 넘는다.

지금은 흔한게 주유소지만 한때는 지역 경제를 호령하던 유지(有志) 소리를 들었다.
주유소는 허가제였고 심지어 주유소 사이에 일정 거리 제한을 두고 그 안에는 신규 점포가 들어서지 못하는 일종의 보호막도 쳐져 있었다. 1980년, 우리나라의 주유소는 1465개에 불과했다.

시장 진입이 자유로워지면서 비온 후 앞 다퉈 자라나는 죽순처럼 주유소는 늘어만 갔다.
2010년 12월에는 1만3004곳으로 정점에 달했는데 과포화상태가 되면서 이제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이유로 정부까지 직접 시장에 개입해 세금을 지원하며 알뜰주유소 브랜드를 런칭하고 경쟁을 조장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땅값을 포함해 최소 십억원이 넘는 큰 자본이 필요한 주유소는 지금은 한 달에만 20여곳씩 문을 닫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영업주유소는 1만2089곳까지 줄었다. 주유소 영업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0년 12월의 1만3004곳과 비교하면 약 6년만에 915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주유소가 문을 닫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유소 업계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율이 1.0%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석유 100원 어치를 팔면 1원의 영업 이익을 벌어들이는 척박한 영업 환경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인건비 등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기름을 파는 곳에서 돈이 없어 기름을 사지 못하는 지경까지 처하면서 자연스럽게 폐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폐업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 활용도가 높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주유소를 헐고 수익성이 높은 업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신사역과 양재역을 잇는 서울 강남대로에는 한때 10여곳에 가까운 주유소가 영업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수입자동차 매장,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있다.

주유소를 짓는데는 땅값을 포함해 최소 십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하지만 문을 닫으면 철거하는데도 1~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만만치 않은 철거비용 때문에 주유소를 허물지 않고 원형을 보전하면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 외형은 주유소인데 경정비점이거나 식당, 타일 공사 가게가 들어서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편의점으로 바뀌기도 한다. 차량을 상대하는 주유소였으니 주차 공간은 넉넉해서 좋다.

철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난한 주유소들은 아예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차량이 뜸한 지역에서 주유소를 대신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다고 장사가 될 리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 건축물은 물론이고 땅속에 묻힌 기름 저장탱크도 그대로 남겨지고 흉물이 된다.
혹시라도 저장탱크에서 기름이 샌다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한 때 현금이 넘쳐 났던 곳이 주유소다.
주유소 수는 적고 지금처럼 신용카드도 없던 시절, 현금 장사이던 주유소에는 은행 직원들이 찾아와 지폐와 동전 다발을 직접 들고 가며 예금 유치 경쟁이 벌어졌던 배부른 곳이었다.

하지만 시장 진입이 자유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때 부유했던 주유소는 가족의 생존을 걸고 살아 남아야 하는, 이기면 못하면 도태되는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경쟁의 달콤함은 소비자의 몫이고 그 치열함은 사업자의 숙명이 되고 있다.
주유소 시장의 치열함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돈이 없으면 문도 못닫는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옛날이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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