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한 때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수, 우, 미, 양, 가로 나눠서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던 이 방식은 일제 시대 잔재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일본 사무라이들이 베어낸 적의 수급 개수를 평가하던 것이라는 해설인데 그 뜻은 지극히 인본적이다.

최우수 등급인 수(秀)는 빼어나다는 뜻이고 우수 등급인 우(優)는 우량하다는 의미다.

중간 등급으로 이해되는 미(美)도 아름답다는 평가다.

하위 단계인 양(良)은 양호하다는 뜻이고 최하 단계인 가(可) 역시 ‘가능하다’ 즉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격려의 호칭이 붙여져 있다.

우수 학생을 격려하되 학업 성취도가 낮은 대상은 질책보다는 격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201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을 공개했는데 에너지 기관에서는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가 최하 단계인 E등급을 받았다.

공기업 경영평가 등급은 A에서 E등급으로 나뉜다.

수, 우, 미, 양, 가와 마찬가지로 다섯 단계로 구분되는데 해석이나 결과가 크게 다르다.

'A'는 ‘우수’하다는 의미이고 'E'는 ‘아주 미흡’을 뜻한다.

최하 등급인 ‘가’를 부여하면서도 여전히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하는 미덕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셈이다.

1등에게는 아낌없는 칭찬을, 꼴지에게도 사심없는 격려가 필요한 세상이다.

하지만 공기업들에게도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고 위로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야 하는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국민들의 혈세로 공적 영역을 담당하면서 각종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조직이 공공기관이다.

정년은 보장되고 연봉은 최고 수준이며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명예까지 따르니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고 평가 방식은 매서워야 한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공기업을 두고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며 비아냥 거린다.

‘공무원 보다 더 공무원 같은 조직’이라는 부정적인 수식어도 따라 다닌다.

낙하산 인사들은 정치 시즌이 되면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기관장 자리를 차버리고 떠난다.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잘못된 해외 사업에 탕진하고도 정권 탓을 하는 조직이 공기업이다.

흔한 표현이지만 권력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아닌 국민에게서 나온다.

정권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 과감하게 반대하라고 공기업에도 이사회를 두고 감사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경영층의 잘못된 의사 결정을 감독할 노조도 활동중이다.

잘못된 결과에 대해 정권 탓만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공기관에 대해 세간의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여전히 따라 다니고는 있지만 국민이 내어준 세금으로 훌륭하게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해 최고 등급을 성취하고 성과급을 받게 된 공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최하 등급을 기록한 공공기관들에게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가(可)로 애써 포장하고 격려하고 싶지 않다.

역시 흔한 얘기중 하나다.

‘당신 돈이고 당신 사업이었으면 그렇게 방만하게 운영하고 정권의 부당한 간섭과 지시에 방관하겠느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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