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업부 신설로 소매망 확보 가속화

▲ 오일뱅크 상표로 바꿔 단 제주 남원농협주유소
- 계열주유소 가격인하 압력에 경쟁정유사 곤혹 -

현대오일뱅크 때문에 제주도가 난리다.

SK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3개 정유사가 진출해 있던 제주도에 지난 3월 현대오일뱅크가 상륙하면서 촉발된 가격경쟁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선발 진입 정유사의 상표를 사용중인 주유소들은 현대오일뱅크가 제주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해 '장사를 할 수 없다'며 거래 정유사에 동일한 수준의 공급가격 인하를 요청중이다.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가 별도의 영업조직을 개설하고 남제주에 주유소를 확보하는 등 석유소매시장까지 직접 발을 담구면서 타 정유사 계열 주유소들의 불안감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간의 경쟁으로 기름값이 눈에 띄게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오일뱅크 진출 이후 소매가격 인하 뚜렷-

현대오일뱅크가 제주지역에 첫 석유공급에 나선 것은 지난 3월부터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와 계통구매계약을 맺은 현대오일뱅크는 3월1일 대정농협의 석유일반판매소를 시작으로 6곳의 주유소와 7곳의 석유일반판매소에 자신들의 석유를 공급중이다. <본보 3월 15일자 참조>

농협을 창구로 제주 진출에 성공한 현대오일뱅크는 최근에는 남제주에 신설된 주유소를 유치하며 첫 소매망 확보에도 성공했다.

또 5월 제주사업부를 신설하고 탐라석유와 대리점 공급계약을 맺는 등 지역내 소매 유통망 확대를 위한 기초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정유사 계열 주유소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판매가격을 제시중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기름을 공급받는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의 강재탁과장은 “기존 거래 정유사에 비해 유종별로 리터당 60~90원까지 낮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제주 시장 진출 효과는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석유 소매가격과 서울 소매가격간의 격차는 현대오일뱅크의 제주 진출 이후 눈에 띄게 좁혀 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제주지역 주유소들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서울지역 대비 리터당 12원 정도 비싸게 형성됐지만 5월에는 4원으로 낮춰졌다.

경유 소매 가격 역시 1월에는 서울 지역 평균과 37원까지 차이가 벌어졌지만 5월에는 15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4월 기준 154개 주유소가 영업중인 제주지역에 6곳의 농협 계열 주유소와 1곳의 직영주유소를 등에 업은 현대오일뱅크의 파괴력은 예상외로 큰 셈이다.

-에쓰-오일은 긍정적 답변-

현대오일뱅크가 신규 진입하며 시장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나머지 정유사 계열 주유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SK 계열 주유소 대표자들은 본사를 방문해 공급 가격인하와 관련한 건의문을 직접 제출했다.

제주시 봉개주유소의 임상관사장은 “17일 제주지역 SK계열 대리점 임원과 SK 본사를 방문해 공급가격 인하와 관련한 건의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이 건의문에는 공급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에도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GS칼텍스자영주유소협의회(회장 임성만, 김녕주유소 대표)’는 현대오일뱅크와 동일한 수준의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GS칼텍스 본사에 제출한 상태다.

임성만 협의회장은 “현대오일뱅크가 농협 등에 제공하는 석유 가격은 타 정유사와 비교해 리터당 70~80원 정도가 저렴해 도저히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간 GS칼텍스의 지역 본부 등에 꾸준히 건의해 왔지만 받아 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만 협의회장은 또 “GS칼텍스 본사에 제출한 건의내용이 오는 20일까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단식투쟁을 비롯해 계열 주유소 운영자들이 모두 농성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 계열 자영 주유소 운영자들은 정유사측에서 공급가격 인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에쓰-오일 상표를 달고 있는 북제주군 신촌주유소의 조민현사장은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수준으로 공급가격을 인하하는 것과 관련해 에쓰-오일측에서 해결해줄 의지가 있다”며 밝혀 긍정적인 답변을 청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적극적인 소매시장 개발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제주지역 주유소들의 가격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주사업부 김준호차장은 “제주 지역 주유소가 이미 포화상태지만 신규 도로 등을 중심으로 석유유통망을 개발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혀 소매망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준호차장은 또 “계통구매의 특성상 농협 계열 석유판매점에 대해서는 기존 정유사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일반 주유소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현대오일뱅크가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여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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