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하대학교 신현돈 교수][br/]해외자원개발 수익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공기업 규모확대 필요 [br/]자원개발 공기업 존재가치 충분…통·폐합은 주먹구구식 해결책

▲ 인하대학교 신현돈 교수.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안진회계법인이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업계의 ‘뜨거운감자’로 떠올랐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 회의실에서 공청회를 통해 ‘에너지 공기업 개편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안진회계법인 송태인 전무는 ▲석유자원개발을 민간에 이관 ▲석유자원개발전문회사를 석유공사의 자회사로 신설 ▲석유공사 자원개발기능을 가스공사로 이관 ▲석유공사, 가스공사 통합 등 네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공기업, 민간기업, 학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해 토론도 진행했다.

이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했던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는 “정부의 잘못인데 과연 에너지 공기업에만 책임을 전가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신 교수는 단기적 성과위주, 확대위주로 진행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질타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비전통자원, 해외자원개발 분야에 있어 뛰어난 학식을 가지고 있고, 해외자원개발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 신 교수에게 최근 안진회계법인이 발표한 해결책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현재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안진회계법인이 발표한 에너지공기업 개편방안 보고서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어떤 평가를 내리시는지.

- 안진회계법인측에서 발표한 내용은 단지 세 개의 에너지 공기업을 어떻게 이합집산 할 것인가 혹은 공기업들이 갖고 있는 권한, 기능을 어떻게 빼앗아 올 것인가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왜 해외자원개발에 실패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체제개편 등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는데 관련 내용들이 누락됐다.

또한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서울대 허은녕 교수도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안진회계법인 측에서 제시한 해결책들이 얼마나 효용성을 가지고 있는지 실질적인 지표로 표현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당시 공청회에서 공기업 개혁의 핵심주체라고 할 수 있는 산업부측은 한발 물러나있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부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산업부의 내부적인 의견이 있었겠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엔 아직 확실히 정해진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하지만 이번 안진회계법인 측에서 발표한 보고서 내용은 사실상 산업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였던 데다 이번 자원개발공기업 개편사업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산업부가 플로어에만 있었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20일 개최됐던 공청회는 각 공사, 학계, 민간기업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게 아닐까 추측된다.

이번 공청회는 사실 연구용역결과 발표회에 가까웠다. 추후 각 공사, 민간기업, 학계 등이 다시모여 제대로 된 공청회를 개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공청회 당시 교수님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의 잘못보다는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셨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해주신다면.

- 자원개발사업을 크게 확대하던 MB정권 당시, 정부는 석유공사에 단기적인 양적확대에만 치중해 석유공사를 몰아붙였다.

사장 임명권이 정부에게 있는 등 정부와 정치적 유착관계가 있는 석유공사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정부 지시에 따라 석유공사는 무리한 투자와 확대에 집중한 광구 인수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광구인수사업을 한창 진행했을 당시에는 고유가 시대였지만, 아무도 저유가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예상을 못한 것이다. 수년이 지나 현재는 저유가상황에 직면하면서 광구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부실투자논란 등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것이다.

정부는 투자할 당시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다가, 막상 저유가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자 그 책임을 석유공사, 광물공사에게 돌리고 있다. 무리하게 자원개발사업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건 정부인데, 결과가 좋지 않자 발을 빼고 에너지 공기업 구조개편 등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 자원개발기능을 민간으로 이양할 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설명해 주신다면.

- 자원개발기능을 민간기업 중심으로 운영할 때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첫 번째로 민간기업은 단기적인 수익성에 기반한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기적 성과가 중요시되는 민간기업에서는 자원가격 하락에 따라 광구가치가 떨어지면 쉽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수익적인 문제 외에도 자원안보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즉, 국가의 안정적인 자원수급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이러한 공익적인 부분은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업의 대표가 특별한 의식이 있지 않고서야 수익성이 없는 자원안보문제를 신경쓸 것 같지는 않다.

▲ 안진회계법인 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에너지공기업들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데,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 결론적으로 얘기했을 때, 에너지 공기업을 전면 민영화한다는 것에는 반대입장이다. 전면 민영화보다는 IPO를 통해 정부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안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 공기업 합병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안진회계법인이 주장한 세 개 공기업들의 합병문제는 결과적인 부분만 판단하고,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은 채 단순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추측이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세 개 공기업을 합병한다고 해도 단순 구조조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외국사례를 들어 공기업 간 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대시킨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자국 내 자원이 존재하는 미국, 영국 등의 외국실정과 대부분을 해외자원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외국사례를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합리적인 에너지 공기업 개편방안은 무엇인지. 단기적으로 개편해야 할 부분과 중장기적으로 개편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수익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의 광구개발에 성공하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재투자해 탐사사업을 진행하고, 탐사를 통해 광구개발에 성공하면 다시 탐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규모가 필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정부에서 자원개발사업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무리한 목표설정, 단순 확대중심의 투자 강요 등은 안된다는 얘기다. 각 공사에게 자원개발권을 주되, 간섭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을 평가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이 10~20년의 시간이 투자되는 장기사업인 만큼,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MB정부 때 크게 확대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화, 법률입법 등을 통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정치적인 기준에 따라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또한 석유공사, 광물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은 정치인 출신이 아닌 자원개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이 실패 리스크가 높고, 실패시 막대한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에게 에너지 공기업 경영을 맡기는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 그 외 제안하고 싶으신 말씀은.

- 현재 정부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 개편방안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유가만 견디면 광구의 가치가 다시 상승할 수 있는데, 그새를 못참고 재매각하려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금 자산을 매각하면 막대한 손실만 발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공기업들이 나서 민간기업들의 광구들을 인수해 주는게 맞다. 민간기업들은 단기적인 수익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공기업은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출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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