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한양대 경제학부 문춘걸 교수]
민간 정보 수집*활용 특권 벗거나 유통 사업 철수해야
‘자영 알뜰 조합 만들고 농협 등과 공동구매’로 자립화 가능

한양대 문춘걸 교수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석유전자상거래 지원 연장은 자발적 경쟁력 확보 기회 꺾는 격-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문춘걸 교수는 정부가 런칭하고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 사업의 불공정 가능성을 여전히 염려했다.

민간 기업인 정유사와 주유소의 석유 판매 실적과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에너지 공기업이 민간 시장에 참여해 그들과 경쟁하는 것이 불공정 행위를 우려하는 첫 번째 이유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각종 재정 지원을 투입하는 것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알뜰주유소 자립화 방안을 고민중인데 문 교수는 석유공사가 민간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완장을 벗어 던지거나 아니면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에 지원중인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산업부가 1년 추가 연장하게 되면 석유전자상거래가 인센티브에 의존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응용경제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고 2009년에 한국자원경제학회로부터 늘푸른 학술상등을 수상한 문춘걸 교수를 통해 석유 시장과 정부, 공기업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주체로 농협과 도로공사, 석유공사가 있고 이들 기관은 공동 구매를 통해 동일한 조건으로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운영 주체에 따라 기름가격이 다르다는 지적인데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동일한 창구로 공동구매를 했더라도 농협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구매하지만 도로공사는 석유공사와 현물시장으로부터 석유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농협과 도로공사의 매입 단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주유소들의 입지 차이에 따른 비용 차이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고속도로에 위치해 있어 일반 도로변에 있는 주유소와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영업비용에서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농협과 도로공사, 석유공사 등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주체들은 법적 지위에도 차이가 있어 영업 목표와 기대수익이 상이하고 회계적으로는 비용 항목과 비용 처리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알뜰주유소 운영 주체들이 다르고 환경이나 경영 목표도 상이하기 때문에 누가 운영하는 알뜰 상표를 다느냐에 따라 평균 석유 판매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 오피넷에 따르면 농협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이 가장 높고 도로공사 계열 고속도로 알뜰 기름값이 가장 낮은데 양측간 평균 기름값 차이가 리터당 50원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루트가 같은 알뜰주유소간 기름가격 차이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지적인데 문제가 없겠는지.

- 농협 주유소가 도로공사 주유소에 비해 판매가격이 높은 이유는 농협 주유소는 대부분 단위 농협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단위 농협 주변에 위치한 경쟁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협 주유소의 판매물량이 도로공사 계열 고속도로 주유소에 비해 적은 것도 기름값이 높게 형성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속도로 주유소들은 박리다매 영업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알뜰 상표를 도입한 농협 주유소와 도로공사 주유소 간에 리터당 50원 가까운 평균 판매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적정한지 즉 용인 또는 수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경제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석유에 대한 수요는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입지 같은 접근성 등을 포함하는 결합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이기 때문에 알뜰 운영 주체간 평균 판매가격 차이가 과도하다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그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 석유공사가 공공기관 공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한 2014년 손익결산 자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사업인 석유사업부문의 판매관리비용은 ‘0원’이고 영업이익률은 4%에 가깝다. 공공기관의 구분회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 민간기업인 정유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석유공사가 석유사업 부문에서 회계분리를 수행하지 않아 알뜰주유소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판매관리비가 ‘0원’으로 설정됐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석유사업 부문에 투입되는 실제 판매관리비나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의 감가상각비를 석유공사가 수행하는 자원개발 등 전문 영역 부문의 회계에 계상하면 석유유통사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감추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석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표면적으로 높게 산출되지만 실제적으로는 해당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석유사업 부문에 대한 회계를 분리하고 민간기업의 회계에 상응하게 작성해야 석유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 즉 석유공사의 전문영역 부문에 계상한 비용을 국민들이 부담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민간 시장 영역에 몸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한 불공정 가능성을 제기해오셨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 국고가 투입되는 공공기관인 석유공사가 민간시장에 참여해 자체적으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민간 기업의 영업활동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실제로 일반 주유소의 수익성이 매우 열악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석유공사는 정부의 위탁을 받아 석유수급과 가격 보고를 운영하는 주체로 석유사업 부문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석유사업자의 영업정보 즉 석유수급, 거래처, 거래물량, 판매단가 등의 정보를 취득해 실제적으로 부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불공정한 경쟁 환경 아래서는 석유공사가 공정한 경쟁관계에서 달성할 수 있는 영업이익률 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향유할 수 있고 이 경우 아주 심대한 시장 왜곡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은 민간 시장에서 경쟁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그간 정부는 알뜰주유소 자립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공공 분야 기능 조정의 일환으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영역에 진출한 공공기관의 사업 조정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알뜰주유소 자립화 방안에 대해 제언을 하신다면.

- 앞서 설명한 것 처럼 공공기관은 민간 시장에서 경쟁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국고 재정 지원의 수혜를 받는 주유소와 그렇지 못한 주유소 간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알뜰주유소에 대한 시설개선자금과 품질보증프로그램 등 정부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해당 비용을 개별 사업주체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석유공사의 불공정한 경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하는데 정부가 고민중인 알뜰주유소 자립화 방안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돼야 한다.

그 수단은 크게 두가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유공사의 공적업무를 이관하거나 회사를 분할하는 방안이 그 중 하나다.

석유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공적 업무인 석유 사업자의 석유수급이나 가격 보고, 석유비축이나 비축시설 운영을 석유관리원으로 이관하거나 별도의 회사로 분할 설립해 공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면 민간기업과의 공정성 시비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럴 수 없다면 석유공사가 석유유통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석유공사가 현재 수행하는 알뜰주유소 사업을 들여다보면 주유소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도로공사 알뜰주유소와 자영 알뜰주유소의 석유 공급을 중개하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에서 철수하고 알뜰주유소의 개별 운영주체인 농협, 도로공사, 자영 알뜰주유소가 직접적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현재 농협과 석유공사가 공동입찰을 실시하는 것과 같이 농협, 도로공사, 자영 알뜰주유소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

또한 자영 알뜰주유소를 대표하는 사업자로 새로운 민간 유통회사를 설립하거나 자영알뜰주유소 공제조합이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석유공사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에 지원하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1년 추가 연장하는 법안을 최근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 수익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하는 해석이 제기되는데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 산업부가 한국거래소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을 대상으로 무관세,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은 해당 시장의 조기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그 사이에 인센티브는 축소됐고 현재 남아 있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지원도 원래는 오는 6월 30일에 일몰 예정인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다시 1년 연장하는 법안을 추진하려 한다.

석유전자상거래는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가격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내 가격지표 역할을 수행할 목적으로 개설됐다.

현재 전자상거래시장을 통한 거래가 국내 석유시장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지원을 연장한다는 것은 전자상거래시장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자상거래시장은 광고비,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가 매우 낮아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지원을 계속 연장한다면 전자상거래시장은 결국 인센티브에 의존적인 시장이 되어 자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