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정부, ‘오는 6월부터 파나마 운하 재개통’ 발표
사우디 아람코 독단적 가격결정, 국내 서민층‧택시 등 피해
SK가스, ‘오는 2017년부터 LPG 셰일가스 직도입 할 계획’

▲ 파나마 운하 전경.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오는 6월부터 파나마 운하가 재개통됨에 따라 LPG 셰일가스의 국내 직도입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그 동안 한국은 사우디 아람코사의 독단적인 LPG가격결정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재 국내로 들여오는 모든 LPG물량은 중동지역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아람코사의 일방적인 LPG가격 결정을 따라야 하는 형편이다. 아람코사가 결정한 국제 LPG가격은 자국인 사우디 뿐 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주변 중동국가들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 LPG도입선이 단편적이기 때문에 가격, 수급안정화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내에서 LPG는 서민층의 생활연료와 택시 등 주요 교통수단에 사용되는데다가 일부 산업에서 핵심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수급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셰일가스를 직도입해 아람코사의 독재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LPG업계에서는 북미의 ‘셰일가스’를 직도입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LPG셰일가스 국내 직도입 실적은 없는 상태다.

반면 일본정부는 LPG 셰일가스 직도입물량을 점차적으로 늘리고 있다. 에너지의 가격보다는 수급안정화 측면을 더 중요시하는 일본은 셰일가스 도입물량을 확대하며 수급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오는 6월 파나마 운하가 개통된 이후에나 LPG 셰일가스 직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가격적인 면을 더 중요시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 아람코의 ‘갑질’에 우는 국내 LPG업계

한국은 LPG 도입선이 사우디 등 중동국가에만 국한돼 있어 에너지 안보, 수급안정성 측면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특히 LPG 공급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한국은 항상 ‘을’의 입장이다.

실제로 아람코 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국제 LPG가격으로 인해 국내 LPG업계가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록적인 저유가 상황으로 인해 경쟁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인도 분 국제 LPG가격을 아람코 측에서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LPG는 타 연료대비 가격경쟁력을 상실, LPG산업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당시 아람코는 프로판의 경우 톤당 60달러 상승한 460달러, 부탄은 톤당 40달러 상승한 475달러로 결정했다. 같은 시기, 국제유가(WTI)가 11월 한달 간 20% 가량 급락하면서 배럴당 41.65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대한LPG협회, LPG산업협회, LPG판매협회 등 국내 LPG 3개 단체는 지난해 12월, 아람코 측에 공식적으로 국제 LPG가격 인하 건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람코 측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람코 입장에서는 한국은 세계의 LPG 수요처들 중 작은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 LPG가격이 국제유가와는 정반대 성향을 보이자,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아람코가 저유가상황으로 인한 손실을 LPG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행히 아람코가 그 다음달 국제 LPG가격을 인하하며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그대로 고가 정책을 유지했다면 LPG업계 뿐 만 아니라 택시업계, 서민층 등 LPG사용계층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단순 가격상승만으로도 국내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적인 요인이나 자연 재해 등과 같은 이유로 LPG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가적인 위기상황이 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 일본의 셰일가스(LPG) 직도입 물량 추이(자료제공=일본 경제산업성).

◆ 일본, 수급 안정화 위해 ‘북미산 LPG’ 직도입 물량 확대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과 달리 LPG의 수급안정화를 위해 미국산 LPG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미국으로부터 직도입한 LPG 셰일가스 물량은 13만4165톤이었지만, 2014년에는 173만7969톤으로 약 4배가량 늘어났다. 2014년 전체 LPG 수입물량이 1151만0698톤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수입물량의 약 15% 정도를 LPG 셰일가스로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LPG셰일가스 직도입 실적이 전무하다. 국내 LPG수입업체들은 셰일가스 광구에 직접투자 하거나 셰일가스를 거래물량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을 해외 트레이딩 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어 국내 도입실적이 없다.

국내 LPG수입업체들이 LPG 셰일가스 직도입을 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로써는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셰일가스 생산지들은 중동국가들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수송비용이 비싸진다.

연료의 경제성, 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의 경우 중동수입물량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셰일가스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과 달리 에너지 수급안정성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 다소 비싸지더라도 도입선을 다변화 하는 것이 수급안정성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셰일가스 도입물량을 점차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일본은 한국보다 LPG 셰일가스 공급원가가 더 저렴하다는 이유도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LPG 내수소비량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의 가정‧상업용 LPG보급률은 2014년 기준 22%에 불과하지만, 일본 내 LPG보급률은 약 45% 정도다. 수요량으로 보면 한국은 약 780만톤, 일본은 약 1500만톤으로 약 두배 가량 더 많다.

이처럼 LPG 내수소비량이 많은 일본은 수입물량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수입물량이 많으면 공급계약 시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할 수 있어 가격이 저렴해진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유통구조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LNG 수입은 가스공사가 담당하고, LPG수입은 민간 수입업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하나의 기업이 LNG, LPG를 동시에 취급한다.

즉, 한국의 경우에는 LNG와 LPG가 따로 공급계약을 체결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LNG, LPG 동시에 공급계약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급가격에서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LPG수입업체 관계자는 “셰일가스는 채굴비용, 운송비용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중동산 LPG보다 가격적인 면에서 불리하다”며 “연료의 가격,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내 정서상 셰일가스를 직도입 하기에는 현재로써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파나마 운하 재개통시 항로.

◆ 2017년, ‘미국산 LPG’ 직도입 원년 될까?

경제적인 이유 뿐 만 아니라 에너지 수급안정성 측면에서도 셰일가스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LPG수입업체인 SK가스는 오는 2017년에는 미국산 LPG를 국내로 직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직도입을 위해서는 파나마 운하 재개통이 필수적이다.

중앙아메리카 남부를 관통해 카리브해(대서양)와 태평양을 연결시켜 주는 파나마 운하는 지난 100여년 간 미국 동부-동아시아 간 무역 항로의 '핵심'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는 지난 2009년 확장공사를 시작하면서 통행이 제한됐다.

셰일가스 터미널은 대부분 미국 동부지역에 몰려있어 셰일가스를 저렴한 운임비로 동아시아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파나마 운하가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확장공사로 인해 파나마 운하의 통행이 제한됨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을 크게 돌아와야 하는 불편이 발생했던 것. 이때 발생한 막대한 운임료는 고스란히 국내 LPG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차례 공사가 중단되며 위기를 맞았던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는 현재 공사가 완료돼 오는 6월 26일부터 재개통을 앞두고 있다. 파나마 운하가 재개통 되면 운임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LPG 셰일가스의 국내 직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LPG 수입업체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 개통, 터미널 확보 등 문제가 해결되면 오는 2017년 쯤에는 셰일가스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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