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편집국장] 시장 구조가 공급자 중심인지 구매자 중심인지가 미치는 영향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공급자가 중심인 대표적인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이 에너지 분야다.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로 일컬어지는 OPEC이라는 카르텔이 형성되어 전 세계 석유 공급과 가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셰일에너지에 대응해 치킨게임을 벌이느라 최근 OPEC의 결속력이 무뎌지기는 했지만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원유 생산량이나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구매자는 계약 과정에서 억울한 독소 조항도 감수해야 한다.

물량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가격은 지불해야 하는 의무구매조항인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contract)가 대표적이다.

구매자가 자기 비용을 지출해 수입한 물품이 설령 남아 돌더라도 다른 곳에 재판매할 수 없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구매자가 수입한 천연가스를 제3국에 재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한 목적지 제한 규정이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북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최대 LNG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면서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부터 이같은 불공정 계약을 강요받고 있다.

만약 목적지 제한 같은 조항이 계약에 삽입되지 않는다면 동북아 3국은 물류 허브를 만들어 제3국 트레이딩 등에 나서며 자유롭게 차익 거래를 할 수 있다.

에너지 공급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시장 교란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에너지 구매자들은 유연한 시장 거래로 이해하려 한다.

입장에 따른 해석 차이인데 여전히 힘의 균형은 공급자에게 쏠려 있다.

다만 최근들어 셰일에너지 개발 붐에 힘입어 에너지 공급자의 카르텔이 무뎌지는 사이, 불공정 계약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스공사와 중국, 일본 가스 관련 기업들은 공동으로 천연가스 수입국의 목적지 제한 조항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 한편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LNG 허브를 구축중이고 우리 정부도 동북아 LNG 허브 구축을 위해 일본, 중국과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계약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천연가스 절대 수입국인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은 LNG허브를 구축하고 도입 천연가스를 자유롭게 트레이딩 하며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천연가스를 수입해 소비만 하던데서 벗어나 제3국을 겨냥한 트레이딩 사업으로 확대하며 에너지 허브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에너지 유통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지위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은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환경이 변할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셰일에너지 개발 붐으로 형성되는 에너지 공급자의 시장 지배력 약화는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를 수도 있다.

에너지 도입 가격을 낮추고 구매자 중심의 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 변화가 이끌어 내는 것은 이제부터 한·중·일 3개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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