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시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하는 ‘부가세 대리징수제도’ 도입을 추진중에 있다. 현재 사업자가 매출액의 10%를 자진 신고·납부하고 있는 방식 대신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는 시점에 카드회사가 원천징수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카드결제가 되는 시점에 부가세를 자동징수하면 세금 탈루를 막고 세수를 증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0년 2조8561억원이었던 부과세 체납액(탈루액 포함)은 지난해 7조3854억원으로 늘어났다. 징수액 대비 체납액 비율은 13.3%에 달할 만큼 높았다.

국세청의 주장대로 부가세 대리징수제도를 실시하면 부가세 탈루를 방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세청이 주장하는 부가세 탈루 방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유소 업종의 경우 카드 결제 비중이 약 95%에 달해 부가세 대리징수제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주유소의 카드 결제 정보는 국세청에서 수집이 가능하다. 현금에 대한 부가세 원천징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카드 매출에 대한 부가세만을 원천징수하는 것이 탈세 방지에 더 큰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재 주유소는 매입과 판매량 정보를 매주 국가에 보고(거래상황기록부)하고 있다. 굳이 국세청이 부가세를 원천징수를 하지 않더라도 현 제도상에서 탈세 방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부가세 대리징수제도는 사업자의 경영여건만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게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행 부가가치세 제도는 이론적으로 제품값의 10%가 부가세로 포함돼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자의 부가가치 산출을 위해 매출세액(매출액x10%)에서 매입세액(매입액x10%)을 뺀 납부세액 중 10%를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는 소매업으로서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매입시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으로 석유제품을 매입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만약,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부가세를 원천 징수해버리면 주유소 사업자들은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매입세액을 환급받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매출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휘발유 1리터당 1000원, 부가세 100원 총 1100원에 매입하면, 여기에 유통마진 약 5%를 반영해 1050원, 부가세 105원 총 1155원에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그런데 부가세를 원천징수하면 주유소는 카드사로부터 부가세 105원을 제외하고 1050원만을 정산받는 것이다.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매입할 때는 1,100원에 매입했지만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1050원에 판매함으로써, 판매할 때 마다 매출은 -50원이 되는 것이다.

특히 주유소 업종의 경우 매입시에는 다량으로 매입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소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한 주유소업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즉, 부가세 대리징수제도는 탈루 방지효과는 거의 없이 사업자의 경영여건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현금 결제가 늘어나 탈세를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과의 차별성으로 인해 현금 우대 등으로 탈세를 조장하는 ‘풍선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현행 부가세 납부제도로는 부가세 탈루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부가세 대리징수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문제삼아 사업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어차피 내야할 세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사업자들의 경영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세청이 탈루방지에만 급급한 나머지 부가세 대리징수제도 도입에 따른 행정편의주의적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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