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사람에게도 작명(作名)은 중요하다.

이름에 담긴 의미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전문적으로 작명하는 곳들이 성업할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혼합석유판매 주유소에 대한 명칭 공모 작업을 추진중이다.

공모 주체는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라는 시민단체인데 이 조직은 산업부로부터 석유유통합리화 등과 관련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어 사실상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칭 공모의 배경은 간단하다.

정유사 상표를 도입하고 실제로는 복수의 정유사나 석유수입사 제품이 섞인 혼합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편견이나 왜곡을 없애겠다는 이유다.

법정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는 우수한 제품들인데 여러 공급사의 석유제품이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혼유 또는 부정 혼합된 석유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중첩될 수 있어 혼합석유판매주유소의 성격을 긍정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이름을 짓겠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에서 ‘엔크린’ 등 고유의 브랜드를 도입하고 석유를 판매하는 회사는 SK에너지를 필두로 4개 정유사이며 정유사 계열 주유소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가깝다.

한때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수입 석유제품은 법정 품질 기준은 만족하지만 별도의 브랜드를 장착하지 않은 일종의 넌 브랜드 상품이다.

상표 측면에서는 4개 정유사 브랜드와 넌브랜드로 비교적 단순한 석유 유통 시장 구조인데정부와 시민단체 주도로 여러 석유유통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안심주유소는 정부가 주도했고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지역별로 최저가 판매 업소를 선정해 착한주유소라는 이름으로 선정, 발표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농협 주도로 석유공동구매를 실시해 소비자에게 알뜰한 가격대의 정품 석유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생겨났다.

안심주유소는 알뜰주유소나 자가상표 주유소의 석유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게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즉 이 브랜드를 도입한 주유소의 품질은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석유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효용을 높이겠다는 작명의 취지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작명에 대한 과도한 의욕은 시장에서 편을 가르고 경쟁 상대를 인위적으로 폄하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알뜰이나 안심이라는 브랜드를 도입하지 않은 주유소들은 기름값이 알뜰하지 않고 석유품질에 불안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인지, 착한주유소가 아니면 기름값이 높아 폭리를 취하는 착하지 않은 주유소로 해석돼도 괜찮다는 것인지에 대한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알뜰하지 않다는 지적, 안심주유소에서 가짜석유 제품 등을 판매하는 불법이 적발되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들 석유유통브랜드 작명은 ‘모두의 정부’여야 하는 바로 그 정부, 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으니 더 신중해야 한다.

혼합석유판매 주유소에 대한 작명이 이뤄지면 석유유통시장에는 알뜰, 안심, 착한에 이은 제4의 브랜드가 도입된다.

혼합석유판매 주유소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경쟁 브랜드 주유소의 장점이 가려지거나 소비자에게 왜곡돼 전달되서는 안된다.

모두의 정부여야 하는 그 정부는 석유유통시장에서 편을 가르고 구획을 나누는 작명에 열을 올리기 보다 정유사 상표 주유소를 포함해 현재 런칭되어 있는 브랜드의 장점을 알리고 소비자들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고민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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