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품질검사소 신성철 검사처장

▲ 석유품질검사소 신성철 검사처장
-선진국, 노상검사·사용자 처벌 등 강경 대응-

일본에서는 유사경유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 나서 화물 차량 등에 대해 노상검사(路上檢査)를 실시하고 있다.

이외 영국이나 벨기에, 독일 등 상당수의 국가들도 비슷한 품질관리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통행 길목을 막고 주행중인 차량의 연료통에서 기름을 빼내 유사석유 여부를 검사하는 초강수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유사경유의 원료가 되는 제품들의 세금을 올려 불법 전용(轉用)의 동기를 최소화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철저하게 피하고 있다.

유사경유의 원료중 하나인 등유 세금을 올려 불법 전용을 막겠다는 우리 정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석유품질검사소의 신성철 검사처장을 통해 주요 국가들의 유사석유 관리방안과 국내 품질관리방식과의 차이점을 알아 봤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어떤 석유품질관리방식을 채택하고 있는지.
- 소비자보호와 탈세방지가 석유품질검사의 주요 목적인 점은 우리와 바슷하다. 일본은 품질확보법으로, 한국은 석유사업법을 통해 석유생산업자와 수입업자, 판매업자 등 석유사업자들에 대해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경유세금이 지방세로 되어 있어 지자체들이 세금탈루 방지를 위해 품질검사를 강화하는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일본은 운전자를 포함해 연료사용자에 대해 지자체가 직접 단속하고 있다. 특히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이나 버스 등 운수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용연료의 정품 여부를 노상 검사(路上檢査)하고 있다. 품질검사 권한자는 도도부현(都道府縣,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직)의 세무담당 부서들로 지방세인 경유거래세의 탈루를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현(縣)에서는 경유거래세 탈루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설 신고전화를 운영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 수많은 나라들이 연료사용자에 대해 노상검사 등 강력한 단속방식을 적용해 석유품질을 관리중이다. 모두 탈세예방이 목적이다. 독일에서는 광유세법에 근거해 주행중인 트럭이나 운수회사의 자가저장탱크,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들에 대해 연간 30만건 정도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벨기에나 영국도 노상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유사경유를 사용하다 적발된 운전자까지도 처벌할 만큼 강경하다.

▲일본의 유사경유는 주로 어떤 유형인가.
-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유에 등유나 A중유 등 상대적으로 값이 싼 연료를 혼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유사경유를 혼화경유(混和輕油)라고 표현한다. 일본은 최근 유사경유 유통이 크게 확산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지난해에는 아예 세법을 개정해 차량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지정된 연료 이외의 것을 주입한 모든 경우에 대해 탈루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차량운전자가 스스로 경유에 등유나 다른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라도 연료사용자는 정상연료와의 세금차액을 물어야 한다.

▲주요 국가들이 화물차량 등에 대해 노상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무엇 때문인지.
- 일본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에서 화물차나 버스 등 경유차에 노상검사를 실시하는데는 크게 3가지 목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이들 차량이 주유소에서 의도하지 않게 유사경유를 주입했을 경우 판매업소를 역추적해 처벌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자가급유시설을 갖춘 운수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소속 차량에 유사경유를 주유하는 사례를 적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입형태로 운영중인 화물차량의 운전자가 스스로 유사경유를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들에 대해 석유품질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왔지만 최근 석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각 시도 공무원들이 자가급유시설을 갖춘 운수회사에 대해서도 검사권한을 갖게 됐다. 이전 법에서는 유사석유를 판매하거나 인도할 목적일 경우에 한정해 저장하거나 운송, 보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왔었다. 하지만 개정법에서는 단순히 저장이나 보관중인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석유품질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해 운수회사나 운전면허학원 등 대형 석유 자가소비처의 유사석유사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노상검사를 실시하거나 유사석유 사용자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재경부에서는 등유가 유사경유의 원료로 불법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등유의 세금을 꾸준히 인상중이다. 실제로는 어떤지.
-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역시 유사경유의 원료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경유에 등유를 섞을 수도 있고 부생연료유나 용제를 혼합할 수도 있다. 2002년 이후부터는 신종의 원료가 혼합돼 유통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결국 경유에 비해 세금부과액이 낮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제품들은 모두 유사경유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경유세금 인상과 연계한 등유세금 인상에 따라 경유에 혼합되는 몇 종류의 제품들은 부당이득을 목적으로 등유에도 혼합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식별제가 첨가되어 있는 등유나 부생연료유 이외에 경유, 등유 등에 혼합될 수 있는 신종의 혼합원료에는 혼합여부 판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등유, 부생연료유와는 다른 제3의 식별제를 첨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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