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경유는 '박멸의 대상'

▲ ▲일본은 유사경유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모든 지자체들이 유사경유 근절과 관련한 캠페인과 상설 신고전화 운영, 선언문채택, 대책위원회 구성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책委구성하고 핫라인도 개설
-車 노상검사하고 적발시 세금추징·징역형'

일본에서는 세금탈루를 노려 경유에 값이 싼 다른 석유를 혼합하는 행위를 ‘박멸(撲滅)의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조리 잡아 없앤다’는 뜻의 박멸은 주로 쥐나 해충 등이 창궐할 때 쓰는 심각한 표현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유사경유(類似輕油)를 적발하는 작업을 두고 ‘소탕작전’으로 부른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유사경유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유사경유’를 부르는 명칭은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제조동기나 방식은 흡사하다.

일본에서는 유사경유를 혼화경유(混和輕油) 또는 부정경유(不正輕油)라고 표현한다.

국세가 부과되는 휘발유와는 달리 경유에는 지방세를 부과하는데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등유나 A중유를 불법 혼합해 사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일본에서는 유사경유의 유형이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부정혼화경유로 경유에 등유나 중유를 불법 혼합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등유나 A중유가 경유에 불법 혼합됐을 경우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식별제를 첨가하는데 이를 제거하고 탈색해 자동차용 연료로 판매하는 것은 밀조경유(密造輕油)에 해당된다.

제조방법이 간단한 부정혼화경유에 비해 밀조경유는 좀 더 전문적인 기법이 필요하다.

이외 경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경유 인취세(引取稅, 또는 경유거래세)를 납부하지 않고 탈루하거나 경유 주변 유종으로 수입하고 실제로는 경유용도로 판매하는 것도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들 유사경유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환경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유사경유는 경유차량 배기가스중 미세먼지 농도와 질소산화물을 증가시켜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차량 엔진의 손상도 야기한다는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유사경유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 투입되는 식별제가 또 다른 환경오염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일부 악덕업자들은 황산을 투입해 A중유나 등유에 첨가된 식별제를 제거하고 탈색해 경유에 혼합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유해한 황산피치가 발생된다.

후쿠오카현에 따르면 황산 피치는 부정 경유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우 독성의 강한 산업 폐기물로 드럼통에 넣어 불법투기 하는 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황산 피치가 드럼통에서 누출될 경우 아황산 가스가 발생되고 이를 사람이 직접 들이 마실 경우 호흡 곤란 등의 장해를 일으키는 위험도 있다.

땅 속에 침투하면 수원이나 토양 오염도 일으킨다.

세금을 탈루한 유사경유는 정상경유보다 싼 가격에 주유소 등을 통해 유통되면서 가격파괴 등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양산시키고 있다.

환경오염 방지나 유통질서 확립도 중요하지만 일본 행정기관이 유사경유를 근절해야 하는 가장 절박한 이유는 세금에 있다.

일본에서는 경유에 리터당 32엔10전(한화 환산 321원)의 지방세를 부과하고 있다.

경유거래세라는 이름의 세금은 해당 지역의 도로신설이나 보수 등 도로정비의 목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경유거래세를 한 푼이라도 더 걷기 위해 일본 지자체들이 벌이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주민들이 관내 석유판매업소에서 경유를 주유하도록 각 지자체들이 나서 홍보할 정도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담배 판매 홍보를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담배세금의 경우 판매점이 속한 지역의 지방세로 귀속되면서 일부 지자체들이 관내에서 담배를 구매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니 유사경유와 관련해 세금탈루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가히 전쟁수준이다.

실제로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부정경유 일소작전(一掃作戰)실시중’이라는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중이다.

▲ 일본 지자체들은 부정경유 신고 전화도 개설해 운영중이다
-식별제도 탈색-

일본 도쿄도에서는 주세국내에 경유 특별조사실을 설치하고 다양한 유사경유 실태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중에 있다.

도쿄도에 따르면 주행중인 차량이나 공사 현장의 건설기계에서 유사경유를 사용할 경우 즉각 신고해줄 것을 주민들에게 요청하며 ‘부정경유 110번’이라는 신고전화를 운영중이다.

쿄토부는 부정경유의 식별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탱크로리의 차체에 석유회사 등의 로고가 없는 의심스러운 차량들이 연료 자가소비처를 출입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기름냄새가 많이 발생하는 소비처, 경유 판매가격이 현저하게 낮은 판매점 등이 유사경유를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인 소비자신고를 당부하고 있다.

이외 상당수의 현에서는 ‘부정경유방지대책협의회’나 ‘부정경유박멸대책위원회’ 등의 명칭으로 상설 단속 기관을 조직해 운영중이다.

오이타현은 지역내 석유상업조합와 트럭과 버스·건설업 등 경유 사용자 단체, 해상보안부, 경찰 관계자들로 구성된 부정경유방지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운영중이다.

선언문도 채택해 사용자들에게 홍보중이다.

오이타현은 부정경유를 제조하거나 판매, 사용하는 것이 반사회적인 행위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부정 경유를 만들지 않는다’ ‘팔지 않는다’ ‘사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4개 항목을 채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톳토리현 역시 동일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부정 경유 대책 협의회’를 구성해 경유 거래세의 탈세 행위를 단속중이다.

톳토리현은 특히 부정경유를 제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판매하거나 사용했을 경우에도 탈루세액에 대한 강제추징은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어 개인이나 회사의 경영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후쿠오카현을 비롯해 여러 현에서는 부정경유 적발을 위해 세무관련 부서나 석유사업조합 등에 직통 핫라인 신고 전화도 운영중이다.

일본 정부가 부정경유와 관련해 얼마나 심각하게 대응하는지는 처벌조항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정경유를 제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반이나 보관, 취득, 처분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 처벌조항을 마련했다.

운행중인 차량을 세워 유사경유를 사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노상검사(路上檢査)도 실시하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부정경유가 적발됐지만 탈루세액 추징 의무자가 누군지 확실하게 규명할 수 없거나 또는 그 소재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정경유를 제조한 시설이나 설비의 일정한 소유자까지도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세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유사경유 취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운행 차량을 가로막고 품질검사를 실시할 만큼 일본은 지금 유사경유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