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중동 의존 컨덴세이트 수입 대체 효과로 韓 협상은 유리
셰일오일 등장, OPEC 장악력 일시적이나마 무력화 효과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산유국중 하나인 미국이 40년만에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고 본격적인 수출 노선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셰일 에너지 개발 등의 영향으로 원유 수출 여력을 확보하며 원유 생산 카르텔인 OPEC에 대응해 국제유가 하락의 전환점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 수출 러브콜까지 보내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스테판 시릭(Stefan Selig) 국제무역 차관이 지난 달 방한해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차관과 에너지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고 국내 정유사 관계자들과는 미국산 원유 수출과 관련한 의견 교환 자리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 인문 분야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의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을 통해 미국산 원유 수출 가능성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봤다.

▲ 미국의 원유 수출이 40년 만에 재개되고 있다. 단기 및 중장기적으로 국제 원유 시장 수급이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지.

- 미국의 원유 수출이 국제 원유 수급이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원유 생산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지난해 4월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저유가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미국 원유 생산이 지난해보다 하루 7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출 규제가 폐지됐어도 미국 원유가 대량으로 국제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

물론 규제 폐지 이전에도 허용됐던 캐나다로의 수출은 계속되고 인근 멕시코로의 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유가가 회복돼 셰일오일 생산이 다시 늘어나거나 저유가에도 생산 효율성이 높아져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면 미국 원유의 수출도 늘어나서 국제 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미국 상무부 스테판 시릭 차관이 지난달 26일, 한국 정부 및 정유업계 관계자들과 에너지산업 워킹그룹 개최 방안 등을 논의했다.

▲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상업 원유 비축이 4억 8650만 배럴 규모로 지난 80년 동안을 기준으로 연간 대비 이 시즌에 최고 수준이며 따라서 충분한 수출 여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저유가로 셰일 원유 개발에 타격을 입으면서 실제 수출 여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 단순히 상업 원유의 비축량만을 가지고 수출 여력을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미국의 원유가 수출되려면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마커 원유인 브렌트유 가격에 비해 서부텍사스유, 즉 WTI의 가격이 2012년 한 때는 배럴당 20달러 이상 낮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브렌트와 WTI 가격차이가 미국 원유가 수송돼 국제 시장에 나오는데 소요되는 비용보다는 커야 수출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

WTI 가격이 브렌트 가격보다 적어도 배럴당 5~6달러는 낮아야 수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 현재의 저유가 상황으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OPEC과 셰일 에너지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등의 치킨게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어떤 관전평을 하시나.

-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치킨게임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를 중심으로 국가가 석유의 개발과 생산 전략을 주도한다. 반면에 미국의 수많은 셰일에너지 기업들은 각기 다른 손익분기점을 가지고 생산하기 때문에 저유가로 인해 이미 도태된 기업도 있고 생존해 있는 기업도 있다.

기본 성격이 다른데 어떻게 치킨게임을 하겠는가?

다만 사우디 입장에서는 셰일에너지 기업들이 시장에서 정리돼야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되고 판매량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저유가 상황을 끝까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당초 사우디가 감산을 통한 유가 지지를 포기하고 시장에 수급 조절을 맡기기로 결정했을 때의 사우디 예상보다 유가 수준은 너무 낮아졌고 셰일오일은 너무 잘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셰일오일이라는 비전통원유의 등장으로 사우디와 OPEC이 일시적으로나마 무력화된 상태다.

 

▲ 최근 미국 상무부 스테판 시릭 차관이 방한해 우리 정부와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정유업계 관계자들과도 면담하며 원유 수출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미국산 원유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겠는지, 또한 실제 수출이 이뤄질 경우 국내 원유 도입 다변화 및 도입 가격 경쟁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 원유 생산이 줄고 브렌트유와 WTI 가격 스프레드가 축소돼서 당분간 우리나라에 대한 활발한 수출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 미국 컨덴세이트 성상이 불안정한 측면이 있어서 우리의 시설에서 처리 경험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많은 물량을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원유 수출은 우리에게 좋은 여건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우선 카타르와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컨덴세이트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원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가 중동 국가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질 것이다.

또한 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수송거리와 수송비용이 줄면 미국 원유 수입으로 원유도입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은 도입선을 다변화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에너지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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