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편집국장]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자원 빈국 입장에서 에너지 가격이 낮으면 좋은 걸로만 알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올해 1월 초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전반적인 제품가격 인하와 국내소비 증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우리 경제에는 큰 호재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 소비는 늘고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은 사라졌다.

그런데 저유가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등 자원 부국들의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되는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고 막대한 오일머니를 자랑하던 중동 국가들 조차 재정 적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당연히 건설 인프라나 플랜트, 선박 등의 발주가 줄어 들고 중화학과 건설 분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중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제 성장 둔화는 석유 소비로 이어지고 유가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하락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둔화와 직결된다.

저유가 기조에 찬양 일색이던 우리 정부도 최근 들어서는 유가 하락이 국가 경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현실론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유가하락이 국가 경제에 호재라고 진단했던 엘리트 경제 관료들은 저유가가 국가 경제 전반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일까?

유가가 떨어져 물가 지표에 포함되는 각종 내수제품 가격이 인하되고 그래서 소비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전망하고 홍보했던 경제 관료들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국내 주요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되고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거나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에는 인색했다.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척 했던 것일까?

이제 국민들은 낮은 기름값이 국가 전체적으로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저유가가 우리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경제 관료의 전망이 지나친 낙관이었고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멘트에 불과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입장에서 수급 안보와 가격 안정은 숙명적으로 외생적 변수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정부는 그 외생적 변수가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을 이겨내는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공공 에너지 요금 결정에 개입하거나 민간 시장에 관여해 에너지 가격 체계를 흔들어 관리하고 정부의 치적인 양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가 그리고 에너지를 바라 보는 정부 그리고 관료들의 시각은 이제, 정직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전달돼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더욱 에너지 정책을 물가에만 초점을 맞춰 낮은 에너지 가격이 최선의 정책이자 최고의 선(善)으로 홍보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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