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최근 들어 주유소 가격표지판을 보면 낯선 느낌이 든다. 불과 1년여 전 리터당 1700원을 호가하던 휘발유 가격은 어느새 리터당 1400원대인 상황이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446원, 경유는 리터당 1221원을 기록 중이다. 물론 향후 더 내려갈 여지는 충분하다.

국제유가 역시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37.65달러를 기록하면서 38달러 선도 무너졌다.

언론, 증권가에서는 저유가 상황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위기에 직면한 사우디 등 일부 산유국들이 그동안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오일머니’를 회수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제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국제원유시장에서의 OPEC의 영향력 축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는 ‘카르텔’이라 불리던 OPEC회원국들이 주도적으로 세계의 원유공급량을 조절했지만 현재는 OPEC외에도 북미의 셰일오일, 최근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까지 가세하며 OPEC비회원국이 급속도로 성장, OPEC는 세계 원유 공급량 제어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최근 OPEC의 원유감산합의 실패원인도 여기에 있다. OPEC 회원국들이 원유감산을 통해 가격을 올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이득을 노린 비회원국들이 원유를 증산할 것이다. 비회원국들이 증산한 원유는 그대로 OPEC회원국들의 짐으로 되돌아온다.

비회원국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비회원국들의 핵심인 북미 셰일오일의 경우 시추비용이 전통적인 유전보다 비싸 저유가상황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가장 좋은 방법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OPEC와 비회원국간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원유감산협의는 OPEC 회원국들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비회원국도 협상 테이블로 불러 같이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OPEC는 더 이상 석유의 지배자가 아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더 불안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OPEC는 비회원국들과의 원유감산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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