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관세(關稅)’의 사전적 의미는 물품의 수출입 과정에서 통관되는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각 나라가 물품의 수입 과정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국내 산업 보호, 자국 산업의 수출 촉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학적 관점이다.

세금의 일종이지만 관세가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조세와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정유사 사업자 단체인 대한석유협회를 포함해 원유 가공 연관 산업인 석유화학, 섬유, 타이어, 부직포, PP 등 7개 사업자단체는 정부가 검토중인 내년 할당관세 책정과 관련해 나프타용 원유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공동으로 건의했다.

이들 산업계가 원유 무관세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 때문이다.

나프타용 원유 수입 과정에 1%의 관세가 매겨지고 있어 정유산업은 물론 유관 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을 불러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동일 용도의 나프타에 대한 역차별 해소를 꼽고 있다.

현재 정유사들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의 할당관세를 부과받고 있는데 수입 나프타는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도입, 가공하고 내수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유발하며 유통시키는 과정은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수입 완제품 나프타는 관세가 매겨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세 부과의 가장 큰 취지인 ‘내수 산업 보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인 셈이다.

정부가 내수 장치 산업을 역차별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내수 석유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수입석유 완제품에 대한 차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현물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수입 석유제품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됐고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도 환급됐다.

같은 기간 동안, 대규모 장치 산업인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과정에서 3%의 관세를 부담했다.

석유제품 원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정유사에는 3%의 관세를 매기고 해외에서 생산된 완제품 석유는 무관세를 적용하며 관세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원재료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저율의 관세를 매기고 수입 완제품에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경사관세(Tariff escalation)’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수입 완제품에는 무관세를 매기고 원재료인 원유는 높은 관세를 매기며 글로벌 스탠다드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수 장치 산업에 대한 역차별 정책을 정부가 조장하면서 다양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수입석유에 무관세를 적용하던 2012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일본산 석유제품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공급 과잉 구조인 국내 정유사들은 이 기간 동안 손실을 감수하며 생산한 석유제품의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수입 나프타는 무관세를 매기면서 올해 정유사들의 나프타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관세 역차별 부작용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나프타 수출량은 3473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43%가 증가한 것인데 관세 역차별로 국내 생산 나프타는 해외로 수출하는 반면에 관세가 면제되는 해외 생산 나프타는 더 많이 도입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설비 등에 더 많이 투자하고 인력 고용을 늘리며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를 높이라는 명제 아래 내수 산업을 장려하고 보호하기 위한 조세제도인 관세가 오히려 수입 완제품의 경쟁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내수 시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남아 돌고 있는데 수입은 늘어 국부를 유출시키는 불편한 진실에 그저 황당할 뿐이다.

정부 정책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다면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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