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인터뷰] 한국가스공사 재난안전관리팀 이승희 팀장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현장부터 터득해온 노하우 큰 재산
EHSQ 경영시스템 도입, 종합재해지수 ‘제로’ 무재해 사업장

올해 히트한 영화 중 베테랑이라는 영화가 있다.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멋지게 담아낸 이 영화는 안하무인의 재벌 3세를 쫓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주는 동시에 ‘저런 베테랑 형사들이 현실에도 존재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여운으로 남긴다.

지금은 도시가스(LNG)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우리에게 두 번의 대형 가스사고(1994년 아현동 가스폭발‧1995년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는 아직도 잊지 못할 아픔으로 기억된다. 이후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의 가스안전 환경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바뀌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그 변화의 흐름 가운데에서 20여년 한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이 있었다. 바로 한국가스공사 재난안전관리팀 이승희 팀장이다.

 

이 팀장은 특히 1994년 12월 7일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이후 사고 대책반에 투입돼 참혹했던 현장에서 물당번을 하며 한겨울 이재민의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인 이듬해 1995년 4월 대구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가스폭발사고가 우리나라 가스안전관리의 모든 것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중반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 이때만 하더라도 안전관리 부서를 창가부서(실무직에서 밀려난 부서)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고, 안전분야를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만연 했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하지만 두번의 대형사고를 계기로 도시가스사업법이 전면 개정되며 가스안전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며 “배관길이 15km마다 안전점검원을 1명 이상 선임해 매일 순찰,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한 제도도 두번의 대형사고를 계기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가스배관보호제도나 가스안전영향평가, 배관 부식 방지를 위한 협의 의무(전기부식과 관련있는 시설 등을 설치하거나 보수하는 경우 도시가스사와 협의하도록 한 것)가 신설되는 등 가스안전문화는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이승희 팀장은 국내 최초로 가스화재 훈련센터 설립 추진 및 17종의 위기대응 행동매뉴얼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현장 중심의 안전문화 증진운동 전개, 대형 가스시설 종합 재난관리 대응훈련 주도 등 무재해 사업장 실현에 기여했다.

이 팀장은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항상 작은 징조가 보이기 마련”이라며 “어떠한 조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하나부터 열까지 습관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기술직 사업소에 있는 팀장들의 안전업무를 내부성과에 높은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안전부서를 거치지 않은 직원들은 최고 책임자로 승진을 안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난 7월 취임한 이승훈 사장은 1순위로 정부경영평가, 2순위로 국정감사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 0순위가 바로 가스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가스안전 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EHSQ(안전, 품질, 보건, 환경) 총괄부서장으로 지내며 선진 EHSQ 경영시스템 도입에 주력해 종합재해지수 ‘제로’의 무재해 사업장을 달성하기도 했다.

안전과 보건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지고 관련 기술이 발전했으며 운영하는 설비를 설계단계에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게 됐다.

특히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설비운영의 안정성이 강화됐으며 LNG 탱크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 팀장은 끝으로 최근 인천 LNG 기지 증설 민원 문제와 관련해 “LNG 기지의 안전성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나 근거 없이 무턱대고 기피시설로 여기고 있어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이 팀장은 “생산기지의 콘크리트 벽은 팬텀기가 충돌해도 안전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북한 미사일에 타격을 당하면 어떻게 될 것이냐고 하는데 이런식으로 가정의 가정을 하며 끝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LNG 생산기지는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과 기술, 설비를 투입해 한건의 사고 없이 무재해 사업장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인천기지 증설에 반대하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하루빨리 대화의 장이 마련돼 갈등이 봉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