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채충근 소장]
‘타이머콕’ 무관심사고 예방효과 탁월, 사고율 22%↓
‘위험성기반검사기법’ 등 첨단안전관리기법 적극 활용필요

▲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채충근 소장.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최근 들어 발생한 톈진항 폭발사건, 대우조선해양 사고 등 굵직한 가스사고가 국내에 이슈화 되면서 국민들의 가스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이러한 사건들이 모두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인재로 밝혀지면서, 타율적인 가스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스안전을 실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또한 지난달 1일에 발생한 ‘교실 부탄가스 테러’사건은 국민들에게 가스사고가 산업현장, 해외 등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아닌,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임을 깨닫게 했다.

‘교실 부탄가스 테러’사건은 중학생이던 이모군이 부탄가스통, 라이터 등을 이용해 자신이 다니던 학교 교실에서 폭발을 일으킨 사건이다. 다행히도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채충근 소장은 정부의 타율적이고, 장비위주의 가스안전점검 정책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스취급의 규모도 대형화 되면서, 이에 걸맞는 가스안전관리 기법역시 발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채충근 소장은 첨단 가스안전관리기법 활용과 국민들의 안전의식 계몽 등 현재의 가스안전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30년의 재직기간 중 22년을 기준처에 근무했던 채충근 소장은 가스안전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지난 2012년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를 설립해 정부와 관련업계의 연구를 돕고 있는 그에게 국내 가스안전관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들어봤다.

▲최근 강화도 캠핑장에서 전기화재로 인해 문체부에서 안전문제로 13kg를 초과하는 LPG용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규칙을 시행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LPG 사용 상 위험성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가스용기를 운반하고, 가스용기를 연소기에 설치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지난해 8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고압가스 운반기준 항목을 신설해, 용기 운반기준 적용대상을 현실에 맞도록 고압가스의 양이 13kg 이하인 경우 운반기준의 적용을 제외하도록 운반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이와 같이, LPG용기 운반 및 사용의 안전성과 타법과의 규제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반입금지 대상을 저장능력 13kg 초과 용기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무관심 과열화재의 예방대책으로 타이머 콕이 각광받고 있다. 타이머 콕의 효과는?

-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사고 626건 중 단순과열이나 사용자의 취급 부주의에 의한 사고는 242건으로 전체 사고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가스사고 발생 건수는 약 50% 가량 감소했지만, 고령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안전취약 계층에서의 가스사고는 크게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열화재 사고예방을 위해 산업부와 지방자치단체, 가스안전공사에서는 2012년부터 고령자 가구 11만1471세대에 가스사고 예방 환경 조성을 위한 타이머콕 보급 사업을 시행중이며, 지난해까지 고령자등 취약계층 8만8000여 가구에 타이머 콕을 무료 보급했고, 올해에도 3만8000여 가구에 타이머콕 무료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타이머 콕 보급 이후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용자의 97%가 만족과 함께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고, 이로 인한 고령층 가스사고도 사업 이전에 비해 약 22%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머콕은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방지하는 사고예방 효과가 매우 큰 꼭 필요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현재 산업부는 기존 50~60개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단위 대상 사업에서 2000명~3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군단위 배관망 사업으로 확대 추진 중인데, 사업이 확대함에 따라 안전문제 역시 대두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 군단위 배관망사업은 LPG집단공급사업과 일반도시가스사업의 중간쯤 되는 특성을 가지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공급망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인 군단위 배관망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걸 맞는 새로운 안전관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단위 배관망사업에 적합한 안전관리 모델은 도시가스사업과 LPG집단공급사업을 적절히 융합하되, 비효율적이고 비과학적인 요소는 버리고 최신의 I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학생이 이동식 부탄가스통을 고의로 터뜨리는 위험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작은 부탄가스통에서 발생한 폭발력이 예상외로 상당했다. 이동식 부탄가스의 위험성과 차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은?

- 2015년 상반기 이동식 부탄캔에 의한 사고는 13건 발생했으며, 이 사고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사고 건수는 2.6배, 인명피해는 2.1배 늘어난 것으로, 사고 원인으로 보면, 보관 부주의 4건, 과대불판 사용 3건, 장착불량 2건, 산소결핍 2건이었고 이는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부탄가스의 폭발력은 파편의 비산거리는 약 20m~48m이고, 화염의 최고 높이는 약 6m, 너비는 약 4m에 달하는 것으로, 작지만 폭발력이 상당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부탄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안전수칙 준수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이동식 부탄가스용기에 안전밸브를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톈진 폭발사고 등 대형사고가 기계적 결함보다는 사람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와 관련해 하드웨어적인 안전점검이 아닌 관리자 안전 교육 위주의 안전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의견과 향후 대책은?

- 화학안전정보공유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화학물질관련 사고는 총 104건 발생했으며, 화학물질 사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은 작업자 부주의, 시설관리 미흡, 운송차량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업자 부주의와 운송차량 사고 등 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는 6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로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규모는 대형화되고, 장치와 시스템은 자동화ㆍ복잡화되고 있다. 관리자와 취급자의 조그마한 실수가 엄청난 재난을 초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춘, 아날로그식 타율적관리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안전관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IT기술 활용의 확대와 시스템관리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고, 안전관리의 유토피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율안전관리의 실현을 위한 안전문화운동의 전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이 방출된 톈진항 폭발사고를 계기로 일상생활에서 많이쓰는 LPG, LNG의 가스안전 외에도 독성가스 등 산업용 가스도 철저한 안전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독성가스의 안전관리는 LPG, LNG의 안전관리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 생활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가스의 경우에는 관계 법령이 잘 갖춰져 있고, 각종 안전관리시스템도 잘 정착돼 선진국 수준의 안전 확보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의 경우에는 그 위험성과 유해성이 간과돼 관계법령과 안전관리 시스템이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장외영향평가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검사제도와 안전진단제도를 대폭 강화한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되고 있다.

톈진 폭발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각종 제도의 조기 정착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화학물질관리법’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으로 산업용 가스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기존 사업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 또한 매년 늘어나 이에 대한 안전관리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사고발생현황을 보면, 고압가스사고는 연평균 1.5%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독성가스 사고의 경우 연평균 41.4%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학물질관리법’의 조기정착과 기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의 보완을 통한 사각지대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집마다 거미줄처럼 연결돼있는 도시가스 배관망 특성상 전쟁, 천재지변 등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과 예방대책은?

- 가장 시급한 것은 마이콤미터라고도 하는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를 집집마다 설치하는 것이다.

이 기기는 IT기술을 활용해 가스누출을 예방하고, 감시하고, 경보하는 종합적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 기기를 도시가스사용시설에는 물론 LPG사용시설에도 100% 보급하고 있다. 지진 발생 시 재난확대 방지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안전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한 말씀.

- 가스안전관리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성기반검사기법(RBI), 도심지 고압배관건전성관리프로그램(IMP) 등 첨단 안전관리기법들과 IT, CT 등 첨단 과학기술들을 가스안전과 접목해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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