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까지 42% 증가, 유통망 확산이 주요인

고유가로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부담이 커지면서 수송부문 석유소비 정체가 확연한 가운데 오히려 값비싼 고급휘발유 판매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유사들도 잇따라 판매망 확충에 나서고 있고 법정관리중인 인천정유도 최근 경쟁에 가세하는 등 상류 고객층을 붙잡기 위한 타깃 마케팅에 정유업계가 바짝 고삐를 당기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2월중 고급휘발유 내수소비량은 총 1만7000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6%가 늘어났다.

1∼2월중 소비량도 3만6000배럴로 41.2%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보통휘발유의 소비증가율은 5.4%에 머물렀다.

고급휘발유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정유사들도 판매망을 확대하거나 브랜드화하는 등의 시장 선점작업에 한창이다.

지난해 고급휘발유 판매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했던 SK(주)는 판매 네트워크 면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전국적으로 123개 주유소에서 고급휘발유를 판매중이다.

보통명사화된 ‘프리미엄 휘발유’라는 명칭에서 벗어나 SK 색깔을 살린 브랜드화도 검토중이다.

지난 2003년 12월 고급휘발유를 첫 출시한 GS칼텍스도 적극적으로 판매망을 확대중이다.

GS칼텍스의 고급휘발유는 현재 수도권 위주로 36개 계열 주유소에서 판매중으로 2월 한달간 약 4445배럴 정도가 팔려 나가 전년 동기 대비 70% 정도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유사중 유일하게 고급휘발유 전문 판매점을 오픈한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총 28개 주유소에서 고급휘발유를 판매중이다.

이중 수도권지역 이외 지역에도 12개 주유소에서 취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고급휘발유 전문 판매점의 이름인 ‘카젠’을 브랜드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오일뱅크 관계자는 “고급휘발유의 브랜드를 ‘카젠’으로 잠정 결정하고 서울 강남 등 일부 주유소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마케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법정관리중인 인천정유도 고급휘발유 판매전에 가세했다.

인천정유 관계자는 “지난 6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주유소에 첫 고급휘발유 판매장을 개설하고 2∼3곳 정도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급점 1년새 2배 증가-

고급휘발유 판매량이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는데는 유통망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초까지 1백곳을 밑돌던 고급휘발유 판매주유소는 올해들어 1백90여곳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전체 판매량 증가를 거들고 있다.

실제로 SK의 경우 지난해초 60여곳에 불과하던 고급휘발유 판매주유소의 수를 1년만에 두배 가까이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초 22곳이던 고급휘발유 판매점을 최근 28곳까지 확대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그간 취급주유소가 제한적이어 고급휘발유의 소비자노출도가 적었지만 정유사들이 판매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급휘발유 취급점의 수가 늘어나면서 개별 주유소당 판매량은 정체중이라고 덧붙혔다.

카레이싱에 대한 사회적인 인기가 확산되면서 강력한 엔진출력과 가속성 등의 기능이 추가된 고급휘발유의 선호도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고급휘발유에 세브론 오로나이트와 공동개발한 가속성 첨가제를 주입하고 옥탄가를 99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카레이싱 연료에 적합한 품질을 유지중이다.

SK를 비롯한 타 정유사들 역시 가속성과 연비향상, 출력 증강 등과 관련한 첨가제를 사용하며 고급휘발유 매니아층을 겨냥하고 있다.

소비 양극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급휘발유를 판매하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주유소 운영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백화점 명품관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것처럼 외제차나 대형 승용차를 소유한 상류층 운전자들은 연료에서도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정유의 관계자도 “서울 강남 일대에 위치한 주유소들은 고급휘발유를 판매하지 않은 경우 고객들도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많아 손익보다는 고객만족도를 높히는 차원에서 고급휘발유 생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간의 가격차이가 좁혀지는 것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간의 리터당 가격차이는 130~150원 수준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보통휘발유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고급휘발유에 대해 주유소운영자들이 원가인상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중 유일하게 고급휘발유 생산에 나서지 않는 에쓰-오일은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적인 수요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생산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고급휘발유가 자동차의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데다 수익성 여부도 뚜렷하지 않아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