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진 지사장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대형 플랜트 산업시설의 노후화로 인하여 대형사고 발생 위험성과 사고 발생시의 그 피해범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국내 보유 플랜트와 그 생산량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설비의 사용기간은 20∼30년 이상 된 노후 플랜트가 대부분(7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국가적인 관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시기에 호남석유화학(주)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2년여 동안 개발한 최첨단 안전진단기법인 RBI(Risk Based Inspection), 즉 위험도 기반 검사기법을 도입하고자 금일(4. 6) 양자간 협약서를 체결하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의 안전진단 기술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현장적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기술을 전적으로 외국기관에 의존해온 데 비춰 기술종속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국내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진단 및 검사 방법은 각 장치별 위험도에 따른 정량적인 위험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시간개념의 주기적 검사를 시행하고 있어, 그 실효성과 생산 효율에서 후진국형 검사기법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형사고 발생시 마다 검사와 점검을 강화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중하여 규제 강화에 의한 산업현장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울러 극심해지는 국제적인 경쟁으로 인하여 공정·설비의 세분화와 생산효율 증대를 위해 고온·고압의 열악한 환경에서 운전하는 저장탱크, 압력용기, 반응기 및 배관 등의 장치류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비전(vision)에 근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각 설비별 위험도를 순위별로 평가한 후, 이에 따른 진단 및 검사 계획을 수립하는 RBI 기술이다. 이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중의 하나로서 위험설비가 산재해 있는 플랜트내에서 언제, 어느 부위에, 무엇을, 어떻게 검사해야 이 장치들의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 분석(risk analysis)을 이용하여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 요구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는 사실 RBM(Risk-Based management) 또는 RCM(Risk-Centered Management)이 보다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대형 플랜트를 보유한 정유·석유화학 시설의 경우, RB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보험회사에서 책정하는 보험료 산정에 크게 기여하여 연간 경상비용의 대폭적인 절감은 물론 생산비와 유지관리비용 측면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 국내 업체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RBI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장내의 필수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TFT 팀을 약 10명 내로 구성하여 RBI 교육을 3개월에 걸쳐 수행하고 3개월 동안 Data를 수집, 3개월 동안 Data입력→분석작업→초안 보고서 작성→분석결과에 따른 현장 확인→입력자료 확인→최종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장치별 S/D(정기보수) 주기연장의 경우 국내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즉, RBI의 국내 도입의 경우 국내 실정에 적합한 관련 근거 및 신중한 타당성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왜냐하면 국외의 상용 RBI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고 많으며, 컨설팅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그 대상범위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RBI 구축에 따른 공장에서의 실질적인 효과를 보면 ①고위험 장치의 집중적인 관리가 용이, ②누출사고의 감소, ③PM/PdM의 기본자료로 활용, ④운전시간의 증가, ⑤검사비용의 최적화, ⑥S/D에 따른 업무량 및 비용 절감, ⑦Data 및 도면의 Up-data, ⑧기존의 시간의존 검사에서 탈피한 조건에 근거한 검사로의 변환을 들 수 있다.

그러나 RBI 수행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몇 가지 있다. 즉, 검사 노력만으로 위험도가 zero(0)가 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①인적오류, ②자연재해, ③외적요소(충돌이나 추락사고 등), ④인접한 unit에 의한 2차적인 사고, ⑤고의적인 행동(파업 등), ⑥검사방법의 근본적인 제한, ⑦설계오류 및 알려지지 않은 손상기구로서 이들 중 다수는 기존의 안전성향상 계획서(SMS)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 향후 나아갈 방향

RBI 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플랜트 산업에서의 안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하는 필연의 첨단 진단 평가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현재 국내 기간산업의 경우 적극적인 RBI 프로그램의 적용이 기대되어 지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고유가(高油價)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지관리비와 생산비용의 절대적인 절감을 꾀함은 물론 안전에 대한 투자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4위의 석유 소비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각 플랜트에 동일한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적용될 수는 없는 처지이다. 한국 실정에 적합한 Data Base와 현장 종사자들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한글화로 이루어진 평가방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RBI S/W의 무분별한 도입은 계속적인 up-grade에 따른 기술료 지급 문제와 그에 따른 기술종속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RBI 기술은 서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식기반 기술 사업이기 때문에 결코 단순한 S/W의 운영에 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위험성 평가와 관련된 국내의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정부산하의 유관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RBI와 FFS의 연계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향후 RBI 평가 적용에 따른 관계법의 제도적인 문제도 개선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추세와 더불어 ‘한국형 RBI 프로그램의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기대되며, 향후 각 기업의 RBI 프로그램의 적용에 따른 안전 투자비에 대한 극대한 효과 증진과 함께 보험료 인하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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