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정부 기능중 하나가 시장에 연속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시그널을 보내는데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전력 산업의 현재 모습이 그렇다.

정부가 전력수급상황을 과다 예측해 발전설비가 과잉투자되면서 민간 발전사들이 적자에 내몰리고 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NG 발전소 가동률이 50%대까지 떨어졌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발전 설비중 절반이 놀았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수년 사이 LNG발전소 모두가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예비율이 50%에 달하게 되는 3~4년 후에는 굳이 민간발전을 가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 발전이 멈추게 되면 해당 산업에 투자한 민간 기업들은 엄청난 투자 손실을 떠안게 된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투자를 결정하고 단행한 기업에게 있다.
하지만 민간은 정부가 수립한 ‘전력수급계획’이라는 시그널에 근거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책임은 정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열린 국회 주도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전력 수요를 잘못 예측해 설비 과잉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과 1~2년전까지도 동하절기 만성적인 전력수급난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블랙 아웃 직전인 순환정전사태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과잉 설비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발전설비 과잉 속에서 올해도 기저발전인 원전 2기가 준공된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는 매년 1기씩의 기저발전이 준공된다.
향후 노후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발전 설비예비율이 2021년 기준 3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전력수요 증가율을 과다 예측하고 설비예비율은 보수적으로 관측하면서 시장에 뛰어든 민간 발전소들은 자연스럽게 기저발전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기저발전’이란 24시간 쉬지 않고 연속 가동되는 발전을 의미하는데 발전원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이나 석탄 등 정부와 공기업이 운영하는 발전이 해당된다.

민간발전은 기저발전의 공급능력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는 경우에 한정적으로 가동되는 셈인데 전력예비율이 30~50% 수준에 달하게 된다면 사실상 민간 발전소를 가동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감사원에서도 정부의 잘못된 발전 수요 예측에 대한 행정감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민간 발전 과잉 설비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은 현실적으로 없다.

정부는 감사 등을 통한 행정 절차적 책임만 떠안으면 되지만 민간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행정 당국이 시장에 전달하는 시그널이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를 민간 스스로가 검증해야 하는 후진적인 환경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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