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빈대잡자고 초가산간 태워서는 안된다’
보도자료를 통해 거래상황 주간보고제 시행 이후 주유소가 과태료 폭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한 국회 박완주 의원의 말이다.

월간 단위 거래 상황 보고 의무가 주간 단위로 단축돼 시행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제도 시행 이후 8개월 동안 거래실적 미보고로 적발된 주유소는 총 4712곳.
전국 영업 주유소 1만2378여 곳중 38%에 해당되며 주유소 3곳 중 1곳 이상이 미신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법을 어겼으면 처벌받는게 당연하다.
다만 거래상황 주간보고제 태동 당시부터 논란이 됐고 우려된 결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제도 보완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가짜석유 등 불법 석유사업자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며 월간 단위로 보고하던 주유소의 거래상황실적을 주간 단위로 단축했다.
단기간내에 가짜석유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흔적을 없애는 단타성 불법행위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주유소의 실제 석유거래동향을 보다 빠르게 확인하는 작업은 분명히 필요하다.

다만 이 제도는 도입 논의 단계에서 모든 주유소 사업자들을 불법업자로 전제하고 출발한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주유소는 기본적으로 가짜석유 판매 등을 통한 탈세와 부당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월간 단위 거래상황 보고를 주간 단위로 앞당겨 효과적 감시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었는데 주유소업계는 모든 사업자를 범법자로 전제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주유소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방 중소 도시의 경우 노부부 등 가족 단위로 운영하거나 컴퓨터 등 온라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거래상황을 주간 보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반대 논리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같은 사실은 박완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 주간 의무 보고 시행 이후 적발된 곳이 100곳 미만이었는데 충청, 강원, 영남, 호남 등 지방은 5배를 넘긴 것이다.
특히 충남 지역은 무려 702개 주유소가 거래상황 미보고로 처벌을 받았고 전남 615곳, 경북 541곳, 강원도 370곳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중복 적발이 적지 않다는 대목이다.
거래상황 주간 보고 이후 5회 이상 과태료를 부과받은 곳이 235곳에 달하고 2회에서 4회까지 적발된 곳도 599곳을 기록하고 있다.

척박한 경영 환경에서 어떤 사업자가 반복적으로 법을 어겨가며 중복적인 과태료 부담을 떠안으려 하겠는가?
더구나 거래상황 미보고로 인한 과태료가 1회 위반시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150만원 등 적지 않은 금액인데 말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판매 보고를 제때 하지 않아 개인사정을 관리당국에 통보했지만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북의 주유소 사업자나 전자팩스를 통해 실적을 보고하면 수신처에서 미 수신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 처벌받게 된 충남의 한 주유소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주간 보고가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짜석유를 근절해 탈세를 방지하고 소비자의 정품 석유 사용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그렇다고 그 책무 이행을 위해 정상적인 민간사업자에게 필요 이상의 규제를 가하거나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옳지만은 않다.

시행이 불가피한 규제라면 혹여 선량한 민간이 겪어야 하는 고충이나 불편함에 대한 꼼꼼한 점검과 배려가 수반돼야 한다.
열 도둑 못 잡더라도 선량한 한 사람은 보호받아야 한다.

거래상황 미보고라는 법 위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간 보고 도입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우려됐던 열악한 주유소 업계의 경영 여건 등을 감안해 선량한 규제 당사자들의 현실적인 애로를 배려할 수 있는 제도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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