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고에도 지역농협에 계통구매참여 요구

지역단위농협의 석유판매사업장에 계통구매참여를 강요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농협중앙회가 여전히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공정위가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 공정위는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석유판매사업장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에서 금지하는 거래거절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내렸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 석유판매사업자들에게 석유대리점들과 맺은 공급계약을 연장하지 말고 중앙회의 계통유류사업에 참여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부당한 거래거절을 강요해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1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지역농협 및 산하 주유소와 석유판매소 책임자들에게 공문발송이나 협의회 등의 형식으로 정유 4사와 계약을 맺은 중앙회의 유류계통구매사업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지역농협 주유소 등이 대리점과 맺은 공급계약을 연장하지 말거나 또는 해지할 것을 유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시 공정위는 중앙회로부터 각종 사업의 조정이나 지도, 감독은 물론 감사나 지원 등을 받아야 하는 지역농협의 입장에서 계통구매요청을 거절하고 자유로운 의사로 석유 구매선을 선택할만큼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아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 등이 있어 시정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지역농협 경질유 소매업소의 유류시장점유율이 2.9%에 불과하고 중앙회의 계통구매사업에 참여하는 비율 역시 아직은 25.8%에 머물러 경쟁저해성과 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된다며 한단계 아래인 '경고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공정위의 경고조치에도 농협중앙회의 거래거절 강요행위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8일 '지역농협 유류사업의 계통계약 전환 특별추진'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지역농협에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중앙회는 이달 1일부터 5월31일까지를 계통계약 전환 특별추진기간으로 설정하고 이에 참여하는 조합에 대해서는 홈로리 등의 구입자금 지원과 우수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해외 연수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공문 곳곳에서 지역농협 석유판매점에 거래거절을 강요하는 문구가 눈에 띄어 공정위의 경고조치 이후에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문의 첨부자료에는 지역농협 석유판매점들이 중앙회의 계통구매사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묻는 질의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석유대리점과 공급계약을 맺은 지역농협은 계통구매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사실상 농협중앙회는 석유대리점을 계통구매참여대상에서 배제시킨 상태다.

반면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농협중앙회의 계통계약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 대리점과는 차별적인 거래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석유유통업계는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분으로 농협의 불공정거래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3월 농협중앙회의 부당한 거래거절 강요행위에 대해 시정명령대신 경고조치를 내린 배경으로 지역농협의 계통구매 참여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지난달 지역농협에 발송한 공문에서 중앙회는 계통구매사업의 추진목표를 '전 유류취급 농협의 참여'로 못박았다.

농협중앙회의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석유유통사업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추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위 독점관리과의 최정호과장은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 부당하게 거래거절을 강요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현재 조사중"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경고보다 한단계 높은 시정조치를 내리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계통구매참여요청과 관련한 공문을 발송한 농협중앙회측은 부당한 거래거절의 강요사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자재부 조남국과장은 "지난해 경고조치를 받은 이후 지역농협들에 발송된 공문에는 계통구매를 강요하는 성격의 문구들은 빼고 권고하는 수준으로 조정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중앙회와의 계통구매계약에 석유대리점들이 배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계약에 참여하겠다는 대리점들의 요청이 없었을 뿐 중앙회가 강제적으로 배제시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유통협회의 김상환 기획팀장은 "계통구매에 참여하는 지역농협 담당자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 자체가 미참여 조합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우회적으로 거래거절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환 팀장은 또 "농협중앙회는 공문 곳곳에서 계통구매참여사업자를 정유사로 제한하고 대리점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는데다 정유사와 달리 대리점과 거래중인 석유판매업소는 계통구매참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명백하게 대리점을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고"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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