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주유소와 충전소 등 에너지 유통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체크카드 수수료가 결국 인하됐다.

금융위원회는 시중 카드사에 주유소와 충전소의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1.5%에서 1.3%로 조정하라는 지침을 보냈고 카드사들이 수용한데 따른 것이다.

사실 결제금액의 1.5%가 부과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동일하게 유지된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사용자가 결제 비용을 사후 정산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은행계좌 잔액내에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금결제와 다름없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은 자금조달비용이나 연체 등에 따른 대손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체크카드는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당연히 차별화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게 옳았는데 금융권은 수용하지 않아 왔다.

불합리한 수수료율 부과체계를 고치겠다고 주유소협회와 LPG산업협회 등 관련 사업자단체들이 나서 국회와 정부, 언론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해왔고 금융당국이 호응하면서 결국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수수료율 인하폭이 0.2% 포인트에 그치고는 있지만 일단 에너지 유통사업자들의 정당한 호소가 정부와 금융권에 받아들여진 대목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 비율은 절대적인 수준이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소비자 가격중 세금 비중이 60%를 넘어선 상태다.
주유소와 충전소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명목 수수료는 1.5%이지만 소비자가격중 절반이 넘는 유류세에도 어김없이 카드 결제 수수료가 적용되면서 실효 수수료는 3.5%에 달하고 있다.

주유소의 석유유통마진이 약 7%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카드수수료도 포함되어 있으니 카드사를 위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유소나 충전소 사업자들의 푸념이 엄살만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불대까지 추락하며 시중 휘발유값이 리터당 1200원대인 주유소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분을 내수 기름값 인하에 적극적으로 반영시키겠다며 정유사와 LPG수입사 등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고율의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는 주유소와 충전소 사업자들이 소비감소와 경쟁심화로 줄폐업이 이어지는 상황에 견디다 못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카드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정부 세수에 절대적인 규모인 유류세 인하가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라도 인하하고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폭은 더 늘려야 한다.

고율의 카드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단으로 낮춰주는 것이 건전한 에너지 유통 사업자의 기를 살려주고 시중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리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카드사의 협조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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