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불때까지 추락하며 내수 기름값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인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유가하락 현상은 수요와 공급이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경제학 원론에 충실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비전통자원인 셰일오일 등의 생산이 늘어나는 등 원유 공급 루트가 다양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저유가를 즐기기만 할 일은 아니다.
세계 원유 공급을 주도하는 큰 손들은 언제든지 수요는 무시한 체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타이밍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최근의 저유가 기조는 국가 수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미국과 사우디 등 일부 산유국의 정략적 의도가 크다.

중동 산유국중 대표적인 친 서방정책을 펼치는 사우디는 한편으로는 저유가로 인한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비전통자원 즉 셰일오일 개발 붐의 싹을 자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우디의 나이미 석유장관이 지난해 1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OPEC은 유가가 설령 $20/B대로 하락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비OPEC 국가들에 빼앗길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은 현재의 저유가 기조의 배경과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현재보다 국제유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원유에 대한 OPEC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감축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비OPEC국가와의 치킨게임(chicken game)을 선언한 셈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치킨으로 몰려 백기를 드느냐 인데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OPEC의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

배럴당 한때 150불에 근접했던 국제유가가 40불대까지 떨어졌고 추가 폭락을 겪더라도 원유생산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OPEC의 속셈은 이번 치킨게임을 통해 비OPEC 산유국의 비전통자원 개발 의지를 꺾고 향후 OPEC이 주도하는 원유 공급 카르텔의 힘을 더 강화시키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치킨게임에서 비OPEC 산유국들이 손을 드는 상황에서 OPEC은 그간의 저유가로 입은 손실 만회를 위해 즉각적인 감산에 나설 수 있고 유가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요와 공급 원칙에 근거해 유가가 폭락하고 있지만 OPEC이 주도하는 원유 공급 카르텔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일시적 현상일 뿐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이나 에너지효율 강화,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에너지 단체인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가 최근 발행한 ‘월드 에너지 이슈 모니터(World Energy Issues Monitor)’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지도자들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기후변화의 미래를 가장 중대한 불확실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동이 극심한 에너지가격의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보는 것인데 바꿔 생각하면 현재의 저유가가 언제 폭등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그 안에 숨어있는 것이다.

저유가가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을 떨어뜨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탈 화석연료 붐이 주춤해지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저유가 현상을 즐기기만 한다면 주요 산유국의 에너지 패권 그늘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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