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편집국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국제유가 하락 과정이 내수 기름값 인하에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산업부는 9일 석유 사업자 단체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고 국제유가 하락분을 내수가격에 적기에 반영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말이 ‘협조’이지 사실상 기름값을 더 내리라는 ‘압박’과 다름 없는 이날 간담회에서 산업부는 국제유가와 내수 기름값 변동 폭을 자료로 제시했다.

현재 국제 유가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배럴당 약 50불 이상 하락했고 그 결과 내수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시기와 규모는 지역별․주유소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특히 동일 지역 내에서도 주유소별 석유제품의 가격편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관악구내 주유소의 휘발유 최고와 최저 판매가격이 리터당 759원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석유 등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알뜰주유소 확산,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경쟁 촉진을 통해 국내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조치를 지켜보면서 과연 정부는 석유산업의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고는 있는지, 얄팍한 숫자 놀음의 인기영합 정책이 국민들에게 여전히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보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내 4개 정유사들은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중이다.

세계적으로 정제설비 신증설이 줄을 잇고 있고 석유소비 정체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미국발 셰일오일 개발 확대 등의 영향으로 석유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정제산업의 경영환경악화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원들 조차 최근 발표한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정유산업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매년 수백곳이 문을 닫거나 휴업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정유사는 물론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등 모든 석유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내몰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오히려 기름값을 더 내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폭 만큼 내수 기름값이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자가격중 50%가 넘는 유류세 때문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최근 휘발유 소비자 가격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9%에 달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져 정유사 공급가격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종량세인 유류세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소비자가격중 세금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름값 문제로 정부가 제시한 주유소별 판매가격 편차는 상황을 왜곡시켜 본질을 호도하려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주유소가 기름가격을 얼마로 책정하는가는 전적으로 사업자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어떤 주유소는 박리다매로 최저가를 제시할 것이고 다른 주유소는 고마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주유소의 경영전략에 대한 판단은 철저하게 소비자 몫이다.

길거리에 널려 있는게 주유소이고 높은 기름값을 내건 주유소는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고 외면하면 그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유소간 기름가격 편차가 리터당 700원 넘게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을 헤드라인으로 부각시키며 기름값 결정과정에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주유소업계에게 더 경쟁하라고 주문하겠다며 알뜰주유소 확산 등의 대책을 정부는 제시했는데 이 정책이 정부 및 공기업의 부당한 시장 개입과 우월적 지위남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자극적인 자료와 그럴싸해 보이는 정책들은 고율의 유류세를 내리고 싶지 않은 정부가 석유사업자들을 희생양 삼아 소비자들의 시선을 왜곡시키려는 치졸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려는 정부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이 더 현명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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