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경제硏, 관세·여신·마진축소 등 복합적

-유통망·자금력 갖춘 대형그룹 진출해야 활성화-

석유수입사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단순히 고유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분석실의 정귀수연구원은 최근 석유수입업과 관련한 내수시장 여건과 향후 전망을 분석하는 브리핑자료를 발간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석유수입사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9월까지의 누계 수입량(정유사·자가소비수입사 등 전체 석유수입물량 포함)은 그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가 줄어 들었다.

정유사와 가스사가 관련 석유제품의 수입을 줄인 것도 주요 이유지만 내수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대형 석유수입사들이 잇따라 부도처리되거나 사업을 포기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귀수 연구원의 분석.

석유수입활동에 나서는 회사의 수도 크게 줄어 들고 있다.

2003년 9월 기준 총 42개 석유수입사가 등록했고 이중 21개사가 영업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11월에는 남해화학을 포함해 이지석유와 바울석유, 페트로코리아, 삼성물산 등 5~6개사로 크게 감소했다.

수입사의 시장점유율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지난 1997년 수입자유화 이후 한때 10%에 육박했던 수입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02년을 정점으로 급락하고 있고 지난해 들어서도 9월까지의 점유율이 3.0%로 전년 동기의 6.9%에 비해 3.9%P가 하락했다.

-수입사 도입량·점유율 모두 급락-

이처럼 석유수입사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는데는 원유와 석유제품간의 수입관세가 2%P에서 4%P로 확대된데다 고유가로 국제석유제품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수입비용이 급증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초대형 석유수입사였던 페타코의 부도 이후 금융권의 여신규제가 강화된 것도 수입사의 자금난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국내 현물시장간의 가격편차가 축소되면서 수입사의 마진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브리핑자료에 따르면 양 가격사이의 편차는 휘발유를 기준으로 2001년 12월 배럴당 14.5달러를 기록했지만 점점 축소돼 지난해 10월에는 8.9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만큼 수입석유의 내수시장 유통마진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외 2003년 이후 계속되는 내수경기 부진과 석유대체연료의 시장 잠식 가속화로 더욱 입지가 좁아진 수입사들이 가격할인경쟁에 내몰린 데다가 상표표시 단속강화, 수입사의 취약한 하부 유통구조 등이 복합적이고 순환적인 관계에 의해 석유수입사의 부진을 한층 더 악화시켰다.

-관세·고유가·출혈경쟁 복합적 작용-

향후 수입사의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정귀수 연구원은 정부가 수입부과금 등의 관리체계와 석유제품의 환경품질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인데다 수입사의 등록요건이 강화되는 등의 이유로 내수시장의 여건이 여전히 수입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당분간 국제석유시장의 가격강세와 물류비용 증가가 지속되고 내수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입사들이 대규모 제품 도입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업의 자금유동성이 악화되는 것도 걸림돌도 작용할 전망이다.

정귀수 연구원은 "페타코의 부도 이후 금융권에서 수입사에 대한 여신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수입사의 주요 유통채널인 석유현물시장의 유통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금순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또 "석유수입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남해화학처럼 자체적인 유통망과 금융권의 여신제한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대형 업체들, 즉 삼성물산이나 수입업 진출을 검토중인 대그룹 업체들 2~3곳 정도는 더 시장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귀수 연구원은 "석유수입사에 대한 여신관리과정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석유수입산업에 대한 동향과 전망을 분석하게 됐다"고 밝혀 향후 시장전망이 수입사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입사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제한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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