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에너지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에 진출한 것은 시장을 교란시키는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시장 진출은 출발부터 명분이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공사를 앞세워 알뜰주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의 시장 참여 유형중 시장 견제 목적에 해당된다.

시장 견제 목적의 전제는 민간 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높아 시장에만 맡길 경우 가격 등 공익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데다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고부가가치 설비인 고도화설비율을 높이며 수출 주력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내 정유산업은 연신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매출액은 129조1870억원을 기록했는데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주유소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주유소협회가 지난해 말 전국 2704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주유소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유소업계의 평균 연간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1%에 그치고 있다.

열악한 수익구조 때문에 주유소 휴페업이 늘어나면서 매년 수백곳 이상이 사라지고 있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수익성이 높아 정부가 개입해 가격 안정을 도모할 이유가 있는 시장 견제의 명분과는 정 반대로 과열경쟁과 경영환경 악화로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며 퇴출 위기에 내몰려 있는 것이 바로 석유시장인 셈이다.

알뜰주유소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각종 정부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는 알뜰주유소가 오히려 일반 주유소 보다 높은 기름값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혈세가 민간사업자의 배를 채우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알뜰주유소가 기름값 인하를 유도했더라도 문제다.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주유소 시설전환자금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알뜰주유소에 대한 세제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알뜰주유소에 직접적인 시설개선자금을 지원중인데 브랜드 런칭 이후 올해 7월 까지 총 124억원이 집행했다.

알뜰주유소 품질보증협약에 필요한 연간 600만원의 비용중 90%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고 각종 세제 혜택도 제공받는다.

석유공사가 공동구매입찰을 통해 확보한 가격경쟁력도 알뜰주유소에 전달되고 있다.

석유공사 스스로는 공공 목적으로 확보한 기존 시설 즉 비축 설비 등을 무상 혹은 낮은 비용으로 활용하며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정 이익률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석유공사 알뜰주유소 사업의 수익률은 ‘0’이거나 ‘0’에 가까운 작은 수익만을 발생시키고 있고 이같은 수익은 민간 정유사의 수익률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체 영업주유소중 8%가 넘는 알뜰주유소를 관리, 운영하는 주체인 석유공사가 수익률을 ‘제로’에 맞춘다면 시장은 왜곡되고 교란될 것이 뻔하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석유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산업연구원 전재완 환경에너지산업팀장은 가짜석유 유통의 본질적인 요인 중 하나로 주유소의 장기 경영 악화를 지적했다.

알뜰주유소가 등장하고 인위적인 가격경쟁을 부추기며 일반 주유소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 가짜석유 범람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중요하다.

산업부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며 알뜰주유소 자립화 방안을 고민중이다.
하지만 조세재정연구원은 알뜰주유소를 통한 석유공사의 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주유소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혈세가 투입되고 있고 그 효과로 석유가격 안정화를 정부 치적으로 홍보해온 알뜰주유소 사업을 이제 와서 엎을 수는 없다는 정부 입장도 이해되지만 명백한 실수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면 과감한 철수를 통해 실수를 바로잡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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