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알뜰주유소는 정부의 석유 유통 브랜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한 마디에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앞세워 런칭한 브랜드가 알뜰주유소다.

전국 1000여 곳이 넘는 알뜰주유소의 바잉파워를 활용해 석유 공동구매사업을 벌인 결과 시중 기름값을 낮췄다며 정부는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유통질서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난은 뒤로 하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할 품질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런칭한 배경에는 시장 경쟁을 통한 기름값 인하와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정품의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깔려 있었는데 가짜석유를 취급하는 알뜰주유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알뜰주유소는 최근까지 총 12건을 기록중이다.

9월말 기준 알뜰주유소는 총 1117곳으로 전국 주유소중 8.9%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알뜰주유소의 가짜석유 적발율은 1.1%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자영 알뜰주유소만 떼어놓고 보면 사정은 다르다.

알뜰주유소는 도로공사 계열 고속도로 알뜰과 농협 계열 NH 알뜰,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자영 알뜰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중 도로공사와 농협 계열 주유소들은 전통적으로 가짜석유 적발이 없거나 아주 낮은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들어 가짜석유 판매로 적발된 총 12건의 알뜰주유소중 도로공사 소속은 한 건도 없었고 농협 알뜰은 한 곳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자영 알뜰주유소다.

석유공사 계열 자영 알뜰주유소는 9월말 기준 440곳을 기록중이고 이중 11개 업소가 가짜석유 판매로 적발됐으니 가짜석유 적발률은 2.5%에 달한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체 석유사업자의 석유품질 불합격율은 2.1%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품질관리 소홀 등 단순한 품질 불합격 건수를 제외한 가짜석유 적발 사례는 225개 업소에 그치고 가짜석유 적발율은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석유공사 계열 자영 알뜰주유소의 가짜석유 적발율이 전체 평균 보다 2배가 더 높은 셈이다.

정유사 석유 유통 브랜드에는 정품 석유에 대한 품질 보증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계열 주유소의 정품 석유 판매를 관리, 감독하고 가짜석유 등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브랜드 정유사가 최종 책임을 지겠다는 소비자와의 약속이 깔려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영 알뜰주유소의 상표권자는 정부와 석유공사인 만큼 품질에 대한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자영 알뜰주유소의 가짜석유 적발율이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인 상황이니 대한민국 정부의 브랜드 신뢰도는 민간 기업보다 더 형편없고 책임감도 떨어진다는 비난을 살만 하다.

사정이 이쯤되면 알뜰주유소는 기름값만 싸면 될 뿐 품질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정부 브랜드인 알뜰주유소가 ‘기름값은 알뜰하지만 품질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굳어질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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