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수입사의 北方사업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대륙에 진출한 SK가스(사장 김세광), 휴전선 너머 북한을 타겟으로 잡은 E1(사장 신준상) 이들의 선택은 달랐지만 꿈꾸는 미래는 비슷하다.
잠재력이 풍부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기업성장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것.
영업지역 선택과, 영업망 구축 등 각자 경영 기량이 적나라하게 비교될 수 있다는 점에서 SK가스와 E1의 북방사업의 진행 사항과 성과는 흥미를 더한다.
처음부터 양 수입사의 선택이 갈린 것은 아니었다. SK가스와 E1은 북방진출의 필요성을 느끼고 사전조사를 통해 각자의 구미에 맞게 사업성과 명분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선택했다. 양사는 포기한 지역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2004년 12월 현재 북방사업에서 앞선 회사는 중국사업에서 손익분기가 도래한 SK가스. 투자 규모도 총 1백억원으로 E1을 크게 앞선다. 별도의 사업팀을 구성하고 현지 지사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 인적 투자도 SK가스가 적극적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SK가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여러 가지 장벽에 둘러싸인 ‘북한’ 진출에 뜻을 품고 E1의 브랜드를 알리며 인적 네트워킹을 만들고 있는 E1의 성과 또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SK가스와 E1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부심을 자랑하면서도 서로의 사업에도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또 시기가 되면 서로의 영역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도 갖고 있다.
LPG 수입 사업을 쥐면서 경쟁과 화합이라는 양면성을 보이며 20년의 세월을 동반한 SK가스와 E1.
이들이 북방사업에서도 아름다운 경쟁자로 자리매김 할 것인지 양 사의 현황을 살펴봤다.

SK가스는 90년도 초반부터 LPG 시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중국사업 진출에 매력을 느꼈다.
96년도 중국 천진에 합작법인 설립을 구상하고 저장능력 3000톤 규모의 LPG터미널 건설계획을 추진했던 SK가스는 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 사업은 전면 중단했다가 9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SK가스를 이끌고 있던 조재수 사장과 중국사업에 관심을 갖고 사전조사를 펼쳤던 협력 업체 삼진에너지도 중국 진출에 한 몫을 했다.
중국 전지역의 LPG 시장 조사 끝에 SK가스는 북한 지역과 인접한 동북지역에 진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경제수준이 높은 하남지역과 달리 LPG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투자비가 적게 들고 조선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대주주인 SK-엔론이 투자 위험요소를 거론하며 사업 승인을 꺼렸지만 조재수 사장이 중국사업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99년도 11월 제 13차 임시이사회에서 중국 충전소 투자 계획이 전격 승인됐다.
중국사업 실무부서는 창춘과 심양 두 곳을 최초 충전소 설립 지역으로 선택했으며 이듬해 2000년 7월과 9월 잇따라 SK 폴대를 건 LPG충전소를 장춘과 심양에 개소하는 성과를 냈다.
SK가스는 LPG차 운행이 세계적으로 많은 국내 시장에서의 영업 노하우를 발휘하기 위해 중국에서도 수송용LPG 시장에 진입했다. 도시가스 사용 역사가 긴 중국 현지 사정과 중국이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청정연료를 정책적으로 밀어줄 클 공산이 크다는 계산에서였다.
휘발유를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택시, 버스 회사를 주요 LPG 판매층으로 선정하고 엔진개조 사업을 동시에 펼쳐 LPG를 팔겠다는 전략이었다.
LPG 수급은 중국 최대 유전인 ‘대경유전’과 ‘승리유전‘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LPG를 수송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영업활동을 펼치기가 쉽지는 않았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LPG 사업의 여건이 달랐다. 부탄과 프로판으로 구분해서 사용되지 않으며 생활수준이 높은 하남지역은 LPG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한편 동북부에서는 현지 유전에서 LPG를 공급했다. 가격체계 달라 고급 수입 LPG가격이 중국산 LPG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이중가격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LPG의 에너지 상대가격비가 거의 비슷한 중국현지 시장에서 수송용 LPG의 장점을 부각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였다고 한다.
장춘과 심양충전소가 SK가스 내부감사에 지적될 정도로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 이 여파로 중국에서 3번째로 청도에 오픈한 SK가스 충전소는 부지를 임차하는 조건을 붙이는 등 최소한의 투자를 전제로 영업을 개시했다.
위축됐던 중국사업은 제 5대 신헌철 사장이 중국 사업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분위기가 쇄신했으며 실적이 부진했던 충전소들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전열을 재정비한 중국사업팀은 박신호 상무의 지휘에 따라 합작법인 설립과 충전소 추가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가스는 중국 사업에 연륜이 쌓이면서 합작법인 설립시 현지 파트너를 선정하는 요령도 생기고 투자 비율도 현지 법인의 비율을 늘려나가는 기량도 생겼다.
예컨대 SK가스가 중국 현지 사업자와 최초로 설립한 길림선경삼합연기유한공사는 전체 지분 가운데 95%를 SK가스가 맡아야 했으나 두 번째로 설립한 심양법인은 94%, 청도법인은 64%, 지난해 12월 설립한 심양선경객운능원유한공사는 56%,의 지분만 투자하는 식으로 변모했다.
2004년 10월에 설립한 장춘시선경액화기유한공사는 50%의 지분만 투자해 조인트 벤처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됐다.
사업 파트너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택시 버스 LPG 개장(개조)회사와 손을 잡은데 이어 충전소 부지 토지 소유자를 또 최근에는 고객이 될 수 있는 운수회사나 LPG 판매회사를 사업파트너로 선정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카르푸 등 대형할인점에 근방에 충전소가 설립될 정도로 LPG 충전소가 영업기반을 잡아가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경영의 묘도 생기자 자연스럽게 실적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2003년도 결산당시만 해도 청도법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SK가스중국 사업팀은 2004년도 실적 집계에서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가운데 2005년도부터는 흑자기조 정착시키기 위해 판매 규모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판매 규모 확대에 따라 LPG 공급도 현지 유전에서의 스팟 구매에서 일정규모의 물량을 기간계약 형태로 구매하는 공급형태로 변화시켰다.
중국 현지 충전소에서 일하는 123명의 직원을 서울 본사로 초청해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는 등 중국 사업에 대한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1(사장 신준상)은 지난 2000년 8월 9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개성지역에 공업지구를 건설에 합의한 직후부터 LPG를 공급할 의사가 있다고 대내외에 표명했다.
중국 진출 사업 등 신규수요 창출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던 E1은 통일기반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명분과 북한지역 개방에 따른 잠재력에 더욱 큰 점수를 준 것이다.
E1의 북한 진출 사업을 개성공단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현대아산에 이어 한국토지공사에 LPG 공급을 제안하고 개성공단에 사용될 주 연료원을 LPG로 선정할 것으로 요청했다.
E1의 요청에 한국토지공사는 개성공단 조성 계획에 충전소 부지 1100만평을 마련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개성공단 사업과 별도로 E1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연락사무소를 통해 LPG를 공급하기 위한 여건을 알아보는 등 개성특구외 지역에서의 LPG 사업의 가능성도 타진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2003년도 시범단지 조성이 착수되고 지난해 3월 18일 한국토지공사와 LPG공급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계약 내용은 한국토지공사와 개성공업지구 개발사무소의 취사와 냉난방용으로 사용될 LPG를 공급한다는 것.
이를 위해 E1은 10년간의 LPG 공급을 위해 2.4톤 소형저장탱크 2기와 관련부속품 일체의 시설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2004년 8월, 공사가 완료되고 9월에는 남북역사상 최초로 탱크로리에 실린 LPG가 휴전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공급된 LPG는 10톤, 연간 풀가동된다고 해도 2005년도에도 50톤 이상의 물량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 개성공단에서 LPG 소비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개성공단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제반여건을 감안할 때 단기간 이곳에서 LPG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E1은 대북한사업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착수된 것이기 때문에 단기성과에 대해 조바심도 없다는 입장이다.
E1은 당초 개성공단 계획대로 100만평 부지에 설립된 공장들이 풀가동 되는 미래에 기대하고 있다.
E1은 100만평 부지에 개성공단이 완벽하게 모습을 갖추면 자체 충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인천 수입기지에서 탱크로리로 수송한 LPG를 현지에서 직접 충전해서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도 이미 세워뒀다.
특히 대량 수요처에는 소형저장탱크를 활용한 전진공급 시스템을 설치하고 GHP 보급하는 등 LPG가 명실상부한 에너지 연료로써의 위치를 확보하는 청사진도 그려 놓았다.
한편 E1은 평양에 유리공장 LPG를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광명성총회사와 남한의 (주)G-한신(북경한신유리)간에 추진된 이 경협사업은 3만3000평 부지에 1만3000평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는 대규모 사업이다. 투자규모도 560만 달러에 이른다.
이 사업은 개성공단 경우와 달리 E1이 대북한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상대편이 먼저 제의한 사업이다.
E1은 이곳에서 LPG는 주물에 앞서 유리 용해용으로 투입될 것이며 공장이 가동되면 월간 약 100~200톤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1은 2003년 8월 G-한신과 직매계약을 체결했으며 12월에는 북한의 광명성총회사와 LPG공급합의서를 맺어졌다.
합의서 체결이후 황인연 부장 등 E1과 북측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접촉하며 만나 LPG 공급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E1은 아직까지 공장 설립이 착수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북한과의 경협 특성을 감안할 때 뜸들이는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에서 LPG는 매우 생소한 연료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제한적으로 원유수입과 정제를 통해 LPG를 생산하고 있지만 평양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 상위층의 전유물이다.
E1은 북한지역이 산악 지형이 많은데다가 인구밀도가 낮아 LNG수송용 파이프라인의 건설이 곤란한 점을 곤란할 때 취사용으로 LPG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사업의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E1은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의 개방의 시그널이라고 보고 점진적으로 북한 전지역에 LPG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 중장기적인 계획도 세웠다.
인천수입기지가 북한과 인접했다는 점에서 SK가스에 비해서 LPG 수송여건도 좋다는 전언이다. 인천항 컨테이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대북사업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1은 북한지역 진출에 교두보가 마련되면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북방지역에 육로로 LPG를 공급하는 데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1에서 북한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영업1팀 황인연 부장은 “북한은 체제유지에 미치는 영향과 인민에 유익한가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 경제협력에 참여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사업은 착수조차 어렵고 결과를 맺기는 더더욱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업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인적네트워킹을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아직까지 손에 쥐는 성과를 없었지만 사업 착수 3년 만에 개성공단 진출, 평양 유리공장 참여 합의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는 설명이다.
북한의 방문 경험이 많은 황 부장은 “북한은 과거 우리나라 60, 70년대의 경제 수준에 불과해 북한 사업에서 단기간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사업에 대한 막연한 장밋빛 전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통일기반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E1의 포부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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