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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채택하자는 움직임이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야당 측에서는 청문회라도 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국감 증인으로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해외자원개발 실정(失政)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 정권 당시 외형 지향적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는 것으로 4대강사업 만큼이나 꾸준한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의 97%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절대적인 에너지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자원 개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또한 그 중심에 서있는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자원개발 공기업들을 세계 일류 수준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지향하는 목표의 순수성은 따져 봐야 한다.

MB정권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의 치적’을 쌓기 위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9년에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한 사건이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능력을 단숨에 끌어 올리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기업인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정유 부문 사업체인 NARL을 끼워팔겠다는 매각 주체의 요구를 수용했고 자산가치가 전혀 없는 이 정제공장을 1조원에 매입한 것이 사건의 핵심이다.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한 석유공사는 최근 이 회사를 900억에 매각했으니 불과 수년 사이에 9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2008년 광산개발 경험이 부족한 바하마이닝(Baja Mining)이 재무투자자를 모아 시작한 멕시코 동광개발사업에 광물자원공사가 지분 30%을 얻기 위해 10배의 프리미엄까지 주고 7600만달러를 투자한 사건도 대표적인 실패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광물자원공사가 지분을 투자한 지 1년만인 2012년 6월에 최종 부도가 났다.

이 사건이 특히 문제가 되는데는 부도(default) 사실을 숨기고 추가적인 투자를 계속하면서 최종 손실액이 2조원대로 불어나는 과정의 무책임 때문이다.

석탄공사는 2010년에 몽골 홋고르 석탄광산에 참여하기 위해 한몽에너지개발(주)를 설립하고 1000만달러를 들여 몽골 훗고르 탄광 지분 51%를 인수하고 차입금 234억원을 지급보증 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이 광산에서 생산된 석탄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만2029톤에 그쳤고 판매량도 생산량의 8.6% 수준인 8811t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차입금을 비롯해 자본이 완전히 잠식돼 빈 깡통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정권 당시 상업성이 없는 비유망자산에 투자한 자금만 총 60건에 총 18조원에 달하는데 현재까지 평균 1.9%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비유망자산이란 이미 실패해서 철수 또는 종료했거나 사업성이 전혀 없지만 매각조차 못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정부측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 성적표는 화려하다.

해외 자주개발률이 2007년 4.2%에 불과하던 것이 MB 정부에서 크게 늘어나 2011년 13.7%에 달했다고 선전한 것인데 발표자료에는 허수가 있었고 막대한 혈세 낭비가 수반됐다는 점은 꽁꽁 숨겨왔다.

이런 측면에서 행정부 최고 수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감사 증인대에 서서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국부를 낭비한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치적쌓기에 몰입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데도 제대로 조언하지 못하고 용비어천가만 불러대던 행정관료들의 책임은 더 크다.

대통령이야 임기가 끝나면 물어나고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받게 되지만 행정관료들은 행정부 최고 수장의 그늘에 숨어 책임을 미루고 그들의 수명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해외자원개발에 매진해야 할 에너지공기업을 석유유통시장에 뛰어 들게 만들고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알뜰주유소를 지원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정부다.

MB 정권 당시 행정관료들의 보신주의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전직 대통령 한명에게 모든 실정의 화살을 돌린다면 실패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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