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
정유사 브랜드·혼합 비율까지 밝히는 것이 소비자 보호
바이오에너지 RFS, 원료자급률 높아질 때 시행해야

[지앤이타임즈 김성은 기자] “석유 혼합판매를 하되, 법에 맞춰 양성적으로 하라는 얘깁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은 정부가 지난 2012년 석유 혼합판매 허용 법안을 만든 이후에도 음성적인 혼합판매가 성행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A정유사 브랜드가 표시된 주유소라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A브랜드가 공급한 기름만 판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유소에서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고 있다고 뒤늦게
밝혀지면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이 국장은 기름의 품질 문제를 떠나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음성적인 혼합판매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음성적인 석유 혼합판매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고 바이오에너지 보급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환경 관련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의 이주홍 국장을 통해 석유유통과 바이오에너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

▲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기름값 인하를 명분으로 석유 혼합판매를 장려하는 분위기인데 시민단체에서 석유혼합판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또한 석유혼합판매와 기름값 인하 간 상관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 혼합판매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주유소가 석유 혼합판매를 하려면 법에 따라 그 사실은 표시 해야 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음성적으로 혼합판매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음성적인 혼합판매 문제는 더 부각되고 있는 가짜석유 문제와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음성적으로 혼합판매를 하는 주유소의 기름을 소비자가 구매했는데 그 기름에 가짜석유나 품질이 좋지 않은 기름이 섞여서 문제가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 기름을 만든 정유사가 책임을 져야 할 텐데 혼합판매를 하다 보니 최소한 두 군데 이상의 정유사가 문제가 될 수 있고 혼합판매 명시를 했는지 안했는지에 따라 또 다른 문제가 발생 가능하다.
석유 혼합판매 제도와 관련된 정부측의 설명에 따르면 경쟁을 통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돕겠다는 대목이 언급돼 있다.

기름값을 낮추고 투명한 석유유통시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혼합판매로 기름값이 하락된 효과는 찾을 수 없는 만큼 부작용을 막고 소비자 후생 향상을 위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 석유혼합판매를 음성적이라고 평가했는데 그렇다면 양성적인 석유 혼합판매는 어떤 형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양성적인 혼합판매는 지극히 간단하다.
법에 정해져 있는 대로 주유소가 혼합판매 유무, 어느 정유사에서 기름을 받는지, 정유사별 기름의 혼합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를 표시하고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면 된다.

우리나라 정유사의 기름 품질이 다 비슷비슷하게 좋다는 것은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떠나 소비자들은 개인적 선호에 따라 특정한 브랜드 석유제품을 쓰고 싶어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음성적 혼합판매는 이 점이 무시되고 있다.

소비자기본법의 이전 명칭은 소비자보호법이었다.
소비자가 기업보다 힘이 약하다는 것을 전제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주체적 선택이 강조되고 이전보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소비자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어느 정유사의 기름이 들어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기본법의 기본 취지와도 어긋난다.

생수의 예를 들어보자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의 품질은 비슷하다.
그렇다고 모든 생수를 다 섞어서 하나의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해도 되는 건 아니다.

공정위도 상표표시 문제에 있어서 혼합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혼합판매가 시행된 것은 일종의 부처 간 칸막이 문제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양성적 혼합판매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소비자단체 입장에서도 혼합판매를 반대할 근거는 없다.


▲ 음성적 부정혼합판매 근절을 위해서는 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유소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감독을 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어떤 식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 혼합판매 표시에 관한 규정을 보다 세밀하게 만들어 어느 정유사의 기름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혼합되고 있는지를 알려야 한다.

또한 시행령을 만들어 혼합판매 규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처벌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 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음성적인 혼합판매 주유소를 단속하고 양성적인 혼합판매 주유소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더불어 혼합판매 이외의 경쟁 활성화 방법을 더 강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 정부는 기름값을 낮추고 투명한 석유유통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알뜰주유소와 석유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 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 민간 중심의 석유유통시장에 국가가 개입해 주유소를 만드는 일은 시장경제 논리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일단 서울 지역에서 알뜰주유소를 찾기가 어려운 것부터 문제이고 알뜰주유소를 찾는다 해도 굳이 그곳까지 가서 기름을 넣어서 얼마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정유사 계열 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리터당 몇십원 정도 차이 난다 해도 정유사 카드할인이 몇 십원에서 몇 백원까지라 굳이 알뜰주유소를 찾을 이유가 없다.

기존 주유소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온다면 품질, 서비스나 가격 면에서 뛰어난 부분이 있어야 한다.
품질이야 국내 기름은 비슷할 것이고 서비스와 가격 면에서 알뜰주유소가 차별화되진 못한 것 같다.

알뜰주유소도 할인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카드 혜택이 기존 정유사 카드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서 소비자가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를 가는 것과 기존 주유소를 가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정책이 성공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석유 전자상거래는 석유제품의 품질만 보장된다면 석유유통시장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정부는 지난해 8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일부개정안을 발표하며 오는 2015년 7월부터 RFS(신재생연료혼합의무화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자체는 찬성이다.

하지만 RFS에서 주로 다루는 연료인 바이오디젤의 원료 자급화가 문제다.

바이오디젤의 원료로는 옥수수, 유채, 팜유, 대두, 폐식용유 등이 있는데 유채와 폐식용유로 만들 수 있는 바이오디젤의 양은 극히 적다.

RFS는 이전 정권에서 만든 정책인데 그 당시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에 비해 30% 줄이기로 했고 이를 시행할 방법으로 RFS를 만든 것으로 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바이오디젤을 섞은 경유의 소비는 친환경적인 연료 사용이지만 바이오디젤을 만들기 위해 원료를 재배하고 해외에서 싣고 국내 도입을 하는 전 과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탄소가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오에너지협회와도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우리의 입장은 바이오디젤 원료의 국내 자급화율이 50~60% 이상 되는 시점에서 지금의 부정적인 입장을 바꿔 RFS에 대해 찬성한다는 거였다.

원료자급률이 아직 높지 않은 이 시점에서 RFS를 급하게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 바이오에탄올 상용화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 바이오디젤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에탄올의 사용 자체는 찬성이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차원에서도 연료 다원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단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와 섞었을 때 차량 문제는 없는지, 연비는 어떠한지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해 보고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 때 시행하는 게 옳다고 본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오디젤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에탄올이 생산되고 원료가 수입되는 과정 등에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가격 면에서도 인상분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해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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