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관리원 오영권 호남본부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최근 용인시의 모 대리점이 등유의 식별제를 제거한 후 경유에 혼합해 가짜경유를 만들어 유통시킨 혐의로 단속된 바 있다.

이 대리점은 등유를 대량으로 취급한 것을 의심해 한국석유관리원이 공급 주유소들의 거래 역추적을 분석해 단속한 결과다.

그러나 이 대리점은 행정처분 전 폐업하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또다시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아무리 단속을 해 봐야 처분 직전 폐업하거나 불법을 자행하고 6개월 단위로 자진 폐업한다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불법 영업업소에 대한 강력한 처분은 더 이상 영업을 못하도록 행정제제의 최고 수준인 폐업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대리점은 이상하게도 자진해 폐업한다.

그것은 등록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하기 때문에 재등록을 염두에 두고 자진폐업 하는 것이다.

석유대리점의 불법행위 및 그에 따른 문제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원인은 무엇일까?

지나친 규제완화의 부작용인 것이다.

석유대리점은 지난 1977년 석유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신고제인 제도를 허가제로 바꾸고 저장시설을 자가 소유토록했지만 1997년 유가자유화 및 석유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등록제로 완화하고 1999년 다시 석유수입 활성화를 위해 지금처럼 저장시설 임차가 가응토록 규제를 대폭 완화해왔다.

그 결과 1998년 77개였던 대리점이 지난해에는 무려 617개로 대폭 늘었고 매년 전체 업소수의 약 20% 이상 업소가 폐업과 등록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유통협회에 등록된 대리점 회원사는 약 50업소에 불과하고 정유사 계열의 대리점은 약 90 업소지만 이들 계열 대리점이 전체 물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약 530 업소의 대리점이 약 10%의 석유제품을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니 영세 대리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종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법의 유형을 살펴보면 매우 심각하다.

첫째 가짜석유 불법 유통이다.

영업 업소수가 너무 많다 보니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따라서 각종 가짜석유를 유통시키고 자진 폐업해 버린다.

석유관리원이 의심 징후를 포착하고 조사를 나가보면 저장시설 및 사무실을 찾을 수 없다.

저장시설 등을 임차로 할 수 있으니 등록지를 허위로 기재했거나 등록을 위해 저장시설 임차를 1개월만 계약, 등록하고 바로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것이다.

대리점은 주유소나 일반판매소인 소매점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불법에 따른 파장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해 주유소나 일반판매소가 원가를 낮추려고 싼 제품을 도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되어도 공급업소인 대리점 소재 파악이 어려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는 것이다.

둘째 천문학적 탈세인 무자료거래이다. 석유제품은 약 40% 이상 세금이 부과되어 있고 많은 물량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항상 탈세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되어 있기 때문에 무자료로 대량 유통시키고 약 6개월 간격으로 부가세 신고 직전에 자진 폐업하고 다른 곳에 명의만 바꿔 재등록 하고 있는 것이다.

단속→폐업→재등록의 싸이클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현재 석유관리원이 수급거래상황보고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접근한다 하더라도 자진 폐업해 버린다면 행정처분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니 수사기관과 협조하여 형사처벌만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석유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석유대리점 등록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정부에서는 기업 활성화를 위해 경제적 규제 연내 15% 감축, 규제비용 총량제(하나의 규제 신설시 이에 상응하는 기존규제 하나 폐지) 도입, 기업이 체감토록 덩어리 규제 개혁 등 모든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는 가능한 완화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많아 각종 불법의 온상이 된다면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규제 강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고 자격을 갖춘 업체들만 신규 진입이 가능하도록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등록기준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장시설도 갖추지 않은 자격미달 대리점들의 불법․탈법으로 석유 유통시장을 크게 흐리고 있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석유제품 대리점 등록요건 중 저장시설의 약 50% 이상을 반드시 자가 소유토록 개선해야 함을 제안한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