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한국거래소가 석유현물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석유제품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전자상거래 참여 사업자 모두에게 거래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전자상거래를 출범시킨 후 2년여가 지난 시점에 수수료 카드를 꺼내 든데는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한 해 70억원 가량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고 거래량도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가 구축되면 구매자가 바잉 파워를 행사해 기름값이 인하되고 석유 유통의 투명성이 확보되며 거래 가격이 일종의 시장 지표가 될 것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내세워 한국거래소에 그 역할을 맡겼다.

이미 시장에서는 민간 차원의 석유전자상거래들이 다수 운영중이었는데 정부는 가격 지표의 신뢰성 등을 들어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석유제품에 한정해서 각종 혜택을 제공해 시장을 독점화했다.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에 회의적이던 정유업계에 물량을 내놓으라고 강요했던 것도 정부다.
정부는 한국거래소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수입석유를 대상으로 무관세, 수입부과금 환급,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면제 등의 특혜를 제공하며 리터당 50원이 넘는 가격경쟁력을 부여했다.

수입석유 경쟁력 강화를 통한 내수 기름값 인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진짜 속내는 석유전자상거래 시장 참여를 주저하는 정유사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고 실제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억지춘향격으로 전자상거래에 참여한 결과 거래 물량이 늘어나고 보니 이제 본전 생각이 나서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은 상도의에 맞지 않는 발상이다.
전자상거래가 기름값 인하 수단으로 홍보된 대목도 수수료가 부과되서는 안되는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경쟁매매는 거래대금의 0.04%, 협의매매의 0.05% 수준의 수수료 부과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경우 공급자와 구매자 쌍방의 부담은 리터당 2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각종 비용 등을 제외한 주유소의 실제 영업이익율은 0.43%에 그치고 있다.
휘발유 1리터를 팔면서 각종 경비 등을 제하고 남는 이윤은 8.1원에 그치고 있는 것인데 한국거래소가 2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주유소업계에 또 다른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유사와 주유소간 오프라인 거래라면 굳이 부과되지 않아도 될 수수료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매겨지면서 오히려 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것에 소비자들이 과연 동의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석유전자상거래가 가격 투명성을 제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되서는 안된다.

복수의 석유공급자와 구매자가 물건과 가격을 놓고 경쟁적으로 딜을 하는 과정에서 매도호가가 낮은 가격 순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쟁 매매 방식과 달리 협의 매매는 거래 당사자들끼리 거래 물량과 가격 등을 먼저 흥정하고 전자상거래에 그 결과만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5월 기준 석유전자상거래에서 협의매매 비중이 60.9%에 달하고 있을 만큼 절대적으로 많은 것을 감안하면 석유전자상거래는 경쟁적 매매 시장 형성에 실패했다. 또한 협의 매매를 통해 형성된 가격이 과연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지와 가격 투명성을 담보받을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도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감사에서 석유전자상거래의 거래 방식 상당량이 협의매매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석유 전자상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기에 앞서 시장 경쟁 유도와 가격 투명성 확보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결과로 기름값이 인하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자기 비판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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