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사업자들은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브랜드 우산 아래 들어가거나 독자 상표를 내세운 자가폴 주유소로 나설 수도 있다.

정유사 브랜드 석유와 무상표 석유를 동시에 취급할 수 있는 혼합석유 판매 주유소도 가능하다.
정유사 계열 주유소가 될 경우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자사폴 주유소는 정유사 브랜드 사용 및 마케팅 비용이 빠진 값싼 기름값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혼합석유 판매 주유소는 이 둘의 장점을 조금씩 누릴 수 있다.
주유소 사업자들이 운영 방식에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시장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데 정부는 지난 2011년 알뜰주유소를 런칭하고 나섰다.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석유 마케팅기업으로 내세워 알뜰주유소 운영권자 역할을 맡겼고 정유사를 상대로 경쟁 입찰을 통해 바잉 파워를 행사하면 기름값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컸다.
자가폴 주유소는 기름값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가짜석유 등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컸던터라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알뜰주유소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름값과 신뢰할 수 있는 석유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목표였는데 성적표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내몰리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불법행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런칭 이듬해인 2012년에 전남 순천에서 가짜석유를 판매한 업소가 적발되더니 2013년에는 총 8곳이 각종 불법행위로 적발됐다.
가짜석유 판매가 6곳, 정량 미달 판매가 1곳, 가짜석유 판매를 목적으로 이중배관을 설치하다 적발된 업소가 1곳 등에 달했던 것이다.

적발 업소중에는 일반 알뜰주유소 뿐만 아니라 도로공사나 농협이 관리하는 알뜰주유소도 포함됐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3개 업소가 가짜석유 판매행위 등으로 적발됐다.
4월 현재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알뜰주유소가 총 417 곳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들어 불과 4개월 만에 0.7%에 해당하는 업소가 불법 행위로 처분받았다.

한 해 동안 가짜석유 판매로 적발되는 주유소 비중이 일반적으로 1~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알뜰주유소의 불법 적발율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더구나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가짜석유 판매 등의 불법행위로 적발될지 모를 일이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판매하는 석유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석유관리원이 운영하는 품질보증프로그램을 운영중이지만 가입업소는 21% 수준에 불과하다.

품질보증프로그램은 석유관리원이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달에 1회씩 불시 품질검사를 벌이는 제도로 1년치 석유품질협약 가입비용 600만원중 90%에 해당되는 54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도 사업자들의 가입률은 크게 낮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적지 않은 국민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시설개선지원금을 업소당 최대 5000만원 무상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투입된 예산만 113억원에 달한다.

품질보증프로그램 비용중 90%도 정부 호주머니에서 나가고 있고 셀프주유기 설치 자금, 석유공사의 여신 지원은 물론 법인세 감면 혜택도 제공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품질 좋은 석유를 팔겠다는 약속이 전제가 된 것인데 알뜰주유소 불법행위는 늘어만 가고 정부는 각종 지원만 퍼붓고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신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알뜰주유소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알뜰주유소를 소비자들이 믿지 못하는 날이 올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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